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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블러드문과 인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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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블러드문과 인포데믹 [이미지출처=미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www.nasa.go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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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에 낸 권고안 중 하나가 '인포데믹(infodemic)' 관리다. 인포데믹은 정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전염병 확산이란 뜻의 '에피데믹(epidemic)'을 합친 신조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괴담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걸 막아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 퍼진 인포데믹은 국가 체제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중세에는 인포데믹으로 나라가 멸망한 사례도 있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 공방전 당시 퍼진 '블러드문'에 대한 인포데믹은 50일 넘는 공성전에도 잘 버티던 동로마제국을 하루아침에 멸망시킨 사례로 유명하다.


콘스탄티노플은 현재 터키 이스탄불의 옛 이름이다. 1453년 3월 초 공격을 시작한 오스만튀르크군은 병력이 10배나 많았음에도 5월 말이 되도록 공격에 실패하며 고전했다. 50일간 매일 대포로 성벽을 공격했지만 1000년간 보수를 거듭한 두터운 성벽은 무너질 기미가 없었다. 서쪽에서 로마 교황청이 원군을 보낸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튀르크군은 자칫 역으로 포위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며칠만 더 버티면 튀르크군이 퇴각할 것이라 예상되던 그때, 전황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자연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블러드문이었다. 개기월식이 발생하면 달빛이 지구 대기에 산란되며 달 색깔이 핏빛처럼 붉게 물드는 블러드문 현상이 나타난다. 오늘날에는 단순히 천체 관측 이벤트로 여겨지지만 당시 사방이 포위된 극한 상황에 놓인 동로마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현상이 멸망의 징조란 소문이 퍼졌다. 잘 싸우던 병사들은 하루아침에 칼을 내려놨고, 바로 다음 날 성이 함락됐다.



애초 블러드문은 유럽은 물론 지중해권에서 악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오스만튀르크군도 처음엔 사기가 떨어졌지만 황제인 메흐메트2세가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단순한 괴소문 정도로 치부하고 일절 대응하지 않은 동로마와 달리 메흐메트2세는 자신이 등극할 때 블러드문이 떴다며 승리의 상징이라고 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역이용했다. 인포데믹에 대한 서로 다른 대응 방식이 결정적으로 승패를 좌우한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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