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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부장 산업과 기업간 상생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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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부장 산업과 기업간 상생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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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규제 이후 우리 기업에 많은 피해가 예상됐지만 슬기롭게 대응하고 있다. 국제분업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분야를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립하기 위한 타산지석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5년부터 작년까지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704조원에 이르렀지만 과거 10배 이상 차이가 나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를 불과 반세기 만에 80% 수준으로 좁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품과 소재분야의 대일무역적자는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 일본은 소재와 부품에, 한국은 조립 생산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국제분업 과정에서 당연한 협업관계 정도로 인식한 것이다.


일본이 소재부품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나게 된 것은 오랜 시간 기업 간 상생과 공존의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일례로 도요타 자동차는 1937년 협력업체 모임인 협풍회를 통해 소재와 부품을 협력사와 공동 개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전략은 1960년대 일본의 전자산업계로 확산됐고 그 결과 일본은 세계적 소재부품 강국이 되는 초석이 됐다. 오늘날 일본이 소부장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은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중소기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 ▲제조업의 장인(모노쯔쿠리) 정신 ▲기업 간의 협력과 신뢰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창의적 개발보다 역설계 공학(reverse engineering)에 치중해 소재와 부품을 수입ㆍ조립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하청 협력업체가 역설계를 통해 값싼 부품을 납품하게 하는 구조로 고착됐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우리 정부는 2001년 '소재ㆍ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3차에 걸친 기본계획을 실행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8년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산업의 수출액은 3162억달러로 2018년 기준 전체 수출의 52.3%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중 소재산업은 941억달러로 15.6%, 부품산업은 2220억달러로 36.7%를 차지하고 있다. 소재부품의 무역흑자는 2000년 93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10년 779억달러, 작년에는 139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일본과의 관계만 따져 보자면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일 무역수지적자는 2010년 361억달러로 최고에 이르렀고, 이 중 소부장 산업의 적자는 243억달러에 달했다. 그나마 2001년 정부의 특별법 제정과 적극적 노력으로 2018년에는 151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여기서 소부장 산업의 특성을 생각해 보자. 먼저 소재와 부품은 최종 제품이 아니라 중간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부장 산업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기업과 소비자간거래(B2C) 산업이 아니라 대표적 기업간거래(B2B) 산업이다. B2B 산업은 단기적 거래보다는 장기적 거래를 중시한다. 안정적 거래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부장 산업은 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이 긴밀하게 요구되는 동반성장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소부장 산업의 발전은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이 분야의 경쟁력 제고는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산업정책의 한 방안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대기업이 단기수익을 중시하는 경영에서 중소기업을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기술혁신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상생협력 경영으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업 간 상생협력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면헌 동반성장위원회 운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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