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에 이례적 강력항의 "文대통령 비난 도 넘었다"(종합)

"북측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
북한 대남 비난에 이례적으로 강경한 반응
오전까지만해도 "대북식량지원 의사 확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북한이 16일 대남기구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에 대해 통일부는 "도를 넘는 무례한 행위"라며 강력히 유감을 뜻을 밝혔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우리 민족 최대의 경사인 광복절 다음날에 문 대통령을 험담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북측의 오늘 담화는 당국의 공식입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도를 넘는 무례한 행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계속되던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이러한 반응을 내놓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통일부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내놓은 논평과 비교해보면 그 다른 결이 드러난다.

정부는 오전까지만해도 "(북한의 담화는)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대면상봉 등을 지속 추진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정부가 불과 몇시간만에 한 발 더 나아가 '도를 넘었다', '무례하다'고 경고한 것인데, 그만큼 이번 조평통 담화의 파장이 커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나 별도 남북채널을 통해 직접 북측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정부의 엄중경고가 언론을 통해 북측에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 평화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남북이 상호존중하는 기초위에서 지킬 것은 지켜가는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간다는 입장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이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평통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날 있었던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거론하며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남조선당국자의 '광복절경축사'라는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할수 있다"고 밝혔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남조선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노릇"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정말 보기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면서 "아래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또한 "북쪽에서 사냥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애써 의연함을 연출하며 북조선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하는 모습을 보면 겁에 잔뜩 질린 것이 역력하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권정근 명의 담화를 통해 남측을 강력 비난한 바 있다. 당시 담화에서 권 국장은 "(한미)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며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해서도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등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