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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노 재팬과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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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소비자경제부장]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과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온 국민이 열성적으로 일치단결하는 모습은 오랜만이다. 아무 이유 없이도 비호감인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반일감정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민심은 횃불에 기름이라도 들이부은 듯 들끓어 올랐다. 일본의 무역보복을 1910년 경술국치의 연장선상에 놓기 시작하면서 마치 항일투쟁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국가간의 분쟁, 혹은 갈등에서 무역보복은 흔히 뒤따르는 절차다. 받으면 돌려주는 것이 국제관계의 기본. 우리도 '노 재팬'을 외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일종의 사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 재팬의 중심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한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그룹이다.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본 자금을 활용한 사업방식, 복잡한 한일 지배구조, 한국말이 서툰 오너 일가 등.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 라는 정체성을 향한 의구심은 항상 뒤따라 다녔다. 2015년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당시 박대동 새누리당 국회의원에게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합니까"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은 것도 이같은 세간의 시선이 반영된 대표적인 에피소드다.


신 회장은 이후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는 뿌리를 내리는데 사활을 걸었다.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해 계열사 66개를 편입시켰다. 외부적 요인으로 미뤄지고 있지만 일본 롯데 지분이 투입된 호텔롯데도 한국에 상장시켜 일본 지분율을 50% 이하로 낮추고자 했다.


국익을 위해 큰 희생도 치렀다. 정부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부지로 낙점한 뒤 롯데는 중국 당국의 보복 우려에도 불구, 부지 제공을 결정했다. 그 뒤로 수난은 시작됐다. 중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사업장 곳곳에서 영업이 중단됐다. 결국 중국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롯데의 피해 규모는 대략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직접적인 매출 감소, 사업기회 손실 등으로 인한 유무형 피해까지 합친 최소한의 금액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중국의 핍박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동정론이 일었고 진정한 애국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는 점이다. 롯데 제품 구매운동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자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망령은 다시 살아났다. 일본 기업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된 뒤 롯데가 일본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하는 사업이 영향을 받았다. 롯데 자체 사업에도 타격을 줬다. 한국에서는 일본 기업으로, 일본에서는 한국 기업으로 분류돼 양국에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한ㆍ중ㆍ일 3국에서 불매운동을 당한 기업은 롯데 밖에 없으리라. 사드 배치와 한일관계 악화 국면 모두 정치ㆍ외교적인 일인데 롯데가 중간에서 삼중고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성을 따지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외국인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주주 구성에 상관없이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불린다. 롯데는 일본에서 5000여명, 한국에서는 13만명을 고용했다.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고용창출 인원은 33만명에 달한다. 연간 법인세를 1조6000억여원이나 내고 있지만 일본 기업이라며 손가락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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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일본 색이 강하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불매의 십자포화를 날리는 것은 자칫 도끼로 내 발등 찍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노 재팬' 운동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와 같다. 거침없이 내달리면서 눈에 띄는 것들은 모조리 불매의 딱지를 붙이고 있다. 불매 운동은 무례한 일본에 대한 경고이자,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당방위다. 공격은 정확하게 꽂혀야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지금처럼 무차별 낙인찍기로는 불매운동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애먼 피해자들을 만드는 일은 아닌지 자못 걱정이 크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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