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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어디서 쉬어야 하나요" 60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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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진 채 발견
청소노동자 근무환경 열악…휴게실 없는 건물도 있어
노동자 노조 측 지병 사망 아닌 산업재해
학교 측 업무환경 개선하기로

"청소노동자 어디서 쉬어야 하나요" 60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져 서울대 청소노동자 A(67)씨가 지난 9일 숨진 공대 제2공학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사진=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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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는 60대 청소노동자가 학내 휴게실서 쉬던 중 사망했다. 경찰은 지병에 따른 사망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숨진 노동자가 속해있던 노조 측은 더위를 피할 곳도 마땅히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산업재해(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은 업무환경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9일 낮12시30분께 서울대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 직원 휴게실서 청소노동자 A(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가 숨진 휴게실은 계단 아래 가건물 형태로 만들어진 곳이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던 무더운 날씨, 이 공간에서 청소노동자가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마련된 도구는 노동자들이 직접 설치한 환풍기와 벽에 걸린 선풍기 한 대가 유일했다.


노조는 열악한 휴게실 환경이 A 씨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14일 성명을 내고 "이 죽음에는 우리 사회가 저임금 노동자, 용역업체 비정규직 출신의 노동자를 대해 온 방식이 녹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교 측은 이 사망이 단지 고인의 '지병'에 의한 것이었다며 먼저 선을 그으려 하고 있다"면서 "67세의 고령 노동자를 고용하면서도 그렇게 더운 날 그토록 비인간적인 환경에 그를 방치한 것은 분명 사용자인 학교 측의 책임"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또 "해당 휴게실을 찾아가 보니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너무 덥고 비좁은 데다 지하 구석에 위치해 환기조차 잘 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대학에서 그런 죽음이 발생했다는 것은 무언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노동자 어디서 쉬어야 하나요" 60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져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청소노동자 근무환경 열악해…화장실에서 쉬기도

청소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실제로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지난해 한 달간 진행한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노동자가 근무하는 건물 202곳 중 휴게실이 지하에 있는 건물은 58곳, 계단 밑 공간을 휴게실로 쓰는 건물은 50곳이었다.


지난해 폭염은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으로 8월1일 강원도 홍천의 경우 낮 최고기온이 41도로 측정, 국내 관측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기온도 같은 날 39.6도로 관측, 1907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휴게실이 없는 건물은 17곳이나 됐다. 휴게실이 없는 건물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쉬기 위해 다른 건물로 이동하거나 화장실에서 쉬어야 했다. 조사 대상은 17개 대학을 포함한 23개 사업장 293개 건물이다.


휴게실 69곳은 에어컨이나 냉풍기 없이 선풍기만 있었다. 가장 열악한 3곳은 선풍기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여름 폭염을 찜통 같은 휴게실에서 견뎌야 했다.



"청소노동자 어디서 쉬어야 하나요" 60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져


청소노동자 A 씨 지병에 의한 심정지…노조, 열악한 환경서 비롯된 참사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A 씨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단순 지병에 따른 사망이 아닌 인재라고 주장, 산업재해애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가 소속됐던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는 15일 "열악한 노동환경이 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무덥고 환기가 잘 안 되며 비좁고 냄새나는 휴게실 환경을 비롯한 노동환경은 고인의 질병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학교측에 책임을 물었다.


A 씨 사망 당일인 9일 서울 최고 기온은 섭씨 34.6도였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A씨 질환을 급속히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휴게공간은 계단 밑에 위치해 있는데 문 방향으로 강의실이 있어 덥거나 답답해도 문을 열어 놓기 힘들었다"며 "환풍기가 있었지만 환기가 잘 안 되고 창문도 없어서 곰팡이 냄새가 심해 장시간 머물면 호흡 곤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령의 노동자가 폭염 속 쉬는 시간조차 편히 쉬지 못했다"고 강조했아. 이어 "(이 때문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라며 "학교는 휴게실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대책을 세우는 등 유족과 노조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내 노동자 휴게시설 전수조사 등 업무환경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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