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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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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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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어린 아이를 키울 때의 기쁨 중 하나가 동요(童謠)를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사리손으로 옴짝옴짝 만들어내는 율동은 덤. 미취학 아동인 나의 아들은 흥이 많아 새로 배운 동요를 뽐내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그것을 보는 것이 내게는 일과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오로지 자식의 재롱이 좋아 동요를 기쁨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동요란 것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노랫말이 쉽고 예쁘며 곡 하나하나가 선한 메시지로 구성돼 있다. 듣다보면 마음의 정화와 새로운 다짐을 일으킨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본다. 먼저 대인관계. 정수은 작사의 '친구되는 멋진 방법'은 이렇게 얘기한다. "첫번째로 인사하기, 친구 얘기 들어주긴 두번째, 세번째엔 진심으로 맞장구치기(그래그래). 그 다음에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는 네번째. 하고픈 말 빨리 하고 싶지만 조금만 기다려요." '진심으로' 맞장구까지 쳐주고 나서야 가장 마지막에 내 얘기를 하는 것. 이 순서는 어른들의 세계에도, 국가 간 외교 관계에도 호환되는 진리이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다음은 가치의 발견과 다양성의 인정. 우영미 작사의 '양파와 마늘처럼'을 들어보자. "껍질을 벗길때는 눈물이 나고, 맵싸한 맛 고약한 냄새까지 아 너무싫어. 그렇지만 요리속에 들어가면은 맛있는 음식 맛을 도와주는 착한 양파. (중략) 나는 예쁘지는 않아요. 공부도 썩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이 세상에 빛이 될래요. 요리속에 양파처럼. 꼭 필요한 양파처럼." 우리는 고약한 냄새를 맛있게 만드는 과정은 건너뛴 채 '너무 싫어'만 외치는 것은 아닌지. 세상에 빛이 되고 싶었던 이들에게 왜 예쁘지도, 공부를 잘하지도 않느냐고 호통치는 것은 아닌지.


이수영 작사의 '지구사랑씨앗'은 일상의 소중함과 적극적인 선행을 말한다. "아껴쓰는 마음 화분 속에 지구 사랑 씨앗 꼭꼭 심어서 아프지 않게 지켜주세요. 소중하게 아껴주세요. 쓰레기 없는 맑은 땅 위에 꼭 잠그는 물 한 방울. 자전거로 달리는 바람 한줄기와 고마운 햇살." 물 한 방울 노랫말과 함께 좌중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펴내는 율동을 본 뒤로는 줄줄 새는 수도꼭지를 절대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한다.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을 읽고 나면 한동안 간장게장을 먹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나 할까.



갈등과 반목의 시기다. 그 아우성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동요를 들어보길. 답은 찾지 못하더라도, 까다로운 인간 관계와 시대적 고통에 대한 방향타 정도는 될 것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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