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鄕校)와 달리 지방 지식인이 설립한 사립학교다. 성리학 가치에 부합하는 지식인을 양성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를 사표(師表)로 삼아 배향했다. 이름을 올린 서원은 아홉 곳이다. 조선 첫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이다. 모두 16~17세기에 건립됐다.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 훼철되지 않았고, 2009년 이전에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돼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했다고 평가된다. 특히 병산서원과 옥산서원은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에도 포함돼 세계유산 2관왕을 이뤘다.
한국의 서원은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2015년 세계유산 도전에 나섰으나, 이듬해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서원 주변 경관이 문화재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고 연속유산 연계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 판정을 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하고, 국내외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비교 연구를 보완했다. 연속유산 논리를 강화한 신청서를 새롭게 작성해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코모스는 지난 5월 한국의 서원을 ‘등재 권고’ 유산으로 분류해 사실상 세계유산 등재를 예고했다. 다만 세계유산위원회는 서원 아홉 곳에 대한 통합 보존관리 방안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불교 유산이나 기독교 유산에 비해 유교 유산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례가 적다”면서 “한국의 서원이 조선시대에 보편화한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에 이바지한 점이 인정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보존관리를 빈틈없이 하겠다”며 “연속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많은데, 이번에 이코모스와 대화하면서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