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여성CEO'라 쓰고 '일용직'이라 읽는다]"週6일 근무 月300만원 안돼…휴일에도 나홀로 근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7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납품에 배송에 휴일 반납한 女사장님들
10곳 중 4곳이 여성 기업…내실은 취약
2명 중 1명 한 달 수입 300만원 미만
가사 부담·남성 경영자와 경쟁 부담 커
"여성 창업가들 기업가 정신 북돋아야"

['여성CEO'라 쓰고 '일용직'이라 읽는다]"週6일 근무 月300만원 안돼…휴일에도 나홀로 근무"
AD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경기에서 연 매출 10억원대 주방용품업체를 경영하는 김수영 대표(가명)는 근로자의 날인 1일 혼자 나와 일했다. 휴일에 몰리는 배송주문을 미리 처리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창업 9년 차를 맞은 여성 경영자이지만 그동안 단 한 번의 휴가도 가지 못했다.


평균 주 6일을 일하지만 월급을 못 가져가는 달도 많다. 설·추석 등 명절과 법정공휴일에도 최소 인원을 돌리거나 혼자 나와 일하는 게 일상 다반사다. 김 대표는 "개인사업자라 월급 개념은 따로 없지만, 아직 사업체가 작다 보니 직원들 급여를 주다 보면 내 수입은 없을 때도 있다"며 "초과근로를 시키지 않으려고 내가 더 오래 근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창업 5년 차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 박지영 대표(가명)와 13명의 직원들은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어 모두 가정의 달인 5월 공휴일을 반납했다. 직원들은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했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외에서 투자를 유치했고 내년 애니메이션 방송을 앞두고 있어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박 대표는 매달 300만~500만원의 수입을 손에 쥔다.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인 박 대표는 "평소에도 야근이 잦다. 주로 엄마가 양육을 담당하다 보니 '다른 엄마들은 저렇게 하는데 우리 엄마는 왜'라고 아이가 생각할까 걱정된다"며 "아이 성적이 안 좋게 나오면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업에 있어 자금과 인력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여성 경영자의 경우 일·가정에서 불리한 점도 크다"고 했다.


['여성CEO'라 쓰고 '일용직'이라 읽는다]"週6일 근무 月300만원 안돼…휴일에도 나홀로 근무" 여성 경영자의 월 평균 실수령액

여성 경영자 절반 이상이 주 5일 이상을 근무하지만 실수입은 초라하고, 가사·남성 경영자와 경쟁에 부담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지난해 여성이 최고경영자인 법인·개인 기업 70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명 중 1명이 한 달에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48.4%)'을 받았다. 이어 '500만원 미만' 25.7%, '100만원 미만' 11.7%인 것으로 파악됐다.


700만원 이상의 고수입자는 5% 뿐이다. 반면 주당 평균 근로일수는 '5일 이상'이 96.1%를 차지했다. 많은 여성 경영자들이 '업무량에 비해 적은 실수입(35.2%)', '가사와 가족돌봄 노동 동시 수행(22.1%)', '남성 기업인과의 경쟁(16.0%)'으로 개인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사업체 중 여성기업은 약 39%(143만개)다. 1997년 이래 남성 기업 증가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성이 대표자인 신설법인은 지난해 2만6000여곳으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264%가량 늘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 기업은 소상공인(89.9%)을 포함해 소기업(99.1%)이 절대적이다. 중기업은 0.9%에 불과하다. 사업이 영세하니 수입도 낮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기침체, 음식업과 도소매업 등에서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가사와 육아의 짐을 떠안다 보니 삼중, 사중의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여성CEO'라 쓰고 '일용직'이라 읽는다]"週6일 근무 月300만원 안돼…휴일에도 나홀로 근무" 여성 경영자의 주당 평균 근로일수

여성 경영자들은 양육에 대한 압박이 큰 사회적 환경과 여성 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적 경영환경 등을 어려움으로 호소한다. 여경협 조사에서도 2명 중 1명이 경영과 육아를 병행했고, 대다수(90.4%)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여기서 오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자녀 양육과 교육문제(30.6%)'를 꼽았다.


출산과 육아휴직률도 저조하다. 출산·육아 경험이 없는 여성 경영자는 각각 57.8%, 53.7%였고, 임신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여성 경영자는 15.6%에 그쳤다. 업무 과중, 경영 악화 등으로 2017년 여름휴가에 다녀오지 않은 여성 경영인은 10명 중 6명(59.8%)이었다.


김보례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박사는 "여성 창업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역량 강화를 통해 여성 창업과 채용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해야 한다"며 "여성 창업가 특성을 고려한 창업시스템을 구축하고 세제 감면, 창업자금 등 정책자금 지원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숙 여경협 회장은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이 발생해 사회구조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여성 경제정책 현황과 실효성을 점검해 보다 나은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