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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좀비 마약과 포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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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다. 영화 '부산행'에서 그렇듯 익숙했던 친구나 가족이 순식간에 괴물로 변하는 기괴함을 빚어낸다. 좀비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부두교에서 사람을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을 먹인 후 환각 상태로 만들어 노예로 부렸다는 주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사람을 물면 물린 사람도 좀비가 되는 전형이 만들어졌다.


오직 다른 누군가를 물어야 한다는 단 하나의 욕구만 남은 존재로 비쳐진다. 물리면 나도 그런 존재가 된다는 소름 끼치는 불안 속에서 필사적으로 도주해야 하는 극도의 긴장감 때문인지, 좀비 영화는 계속 만들어졌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만 존재해야 할 좀비가 현실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른바 '좀비 마약'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취제와 흥분제 등을 섞은 합성 마약인데, 복용하면 괴기스러운 소리를 지르고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흐느적거린다고 한다. 체온이 40도까지 올라가고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특히 10대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스스로 '살아있는 시체'의 길로 걸어가는 셈이다.


한국 사회도 온통 마약의 먹구름에 뒤덮여 있는 듯 하다. 청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초처럼 뻗어나가 여기저기 뿌리를 내려왔던 것이다.


'수사관들이 대문을 박차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이씨는 2층에서 사냥총을 들고 나와 '들어오면 모두 쏴죽이겠다'면서 위협, 사육하던 맹견 4마리를 풀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영화 '마약왕'의 실제 인물 이황순씨가 1980년 3월 경찰과 3시간의 총격 대치 끝에 붙잡힌 다음날 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마약이 만든 극단적인 괴물의 사례라고 하겠다.


마약 관련 뉴스와 블랙홀 발견 뉴스는 공존했다. 이론적 가설에 그쳤던 블랙홀을 인류 최초로 실제 발견했다. 경이로운 일이다. 하와이 천지창조 신화에서 유래했다는 '포웨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영원한 창조물의 심오한 어둠의 원천'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5500만광년 거리에 태양 질량의 65억배. 좀체로 관념 안에 들어오지 않는 신비의 영역에 인간은 다가서고야 말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거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 모두가 인간이다. 아득히 먼 두 길은 어떻게 갈라지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열쇳말은 욕망일 것이다. 말초적이거나 위대한 정신이거나. 어느 방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는 지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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