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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1%→57%' 국산 백신 자급률 목표 후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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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신 자급률 목표 대폭 하향

-개발 어렵고 수익 낮아 정체…시장성 감안한 전략 짜야

'80%→71%→57%' 국산 백신 자급률 목표 후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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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돌 지난 아이를 둔 35살 김다인씨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인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예방접종을 맞히려다가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다. 국내 제약사들의 백신이 아닌 외산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토종 백신의 기술력이 좋다고 믿었던 터라 마음에 걸렸지만 의사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토종 백신은 개발되지 않아서 외산 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국산 백신 자급률 목표 70%에서 57%로 조정=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까지 국산 백신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던 목표를 57%로 대폭 낮춰잡았다.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민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 장벽, 낮은 가격 정책 등으로 백신 개발 진척이 더디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국산 백신 자급률은 50%다. 국가필수예방접종 19종을 포함한 주요 백신 28종 가운데 14종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 25%에 불과했던 백신 자급률을 8년 만에 2배로 끌어올린 것이다.


앞서 2013년 보건복지부는 '백신산업 글로벌진출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0년 자급률을 80%까지 높여 백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5년에는 2020년 71%(20종), 2022년 80%(22종)로 슬그머니 2년 늦췄다. 당장 내년까지 자급률 71%를 달성하려면 6종의 백신을 추가로 개발해야 하는데 대다수가 임상시험 초기 단계라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자 식약처는 올해 다시 2020년 57%(16종), 2023년 75%(21종)로 자급률 목표치를 수정했다.


정부가 백신 자급률 목표치를 낮춰잡은 것은 백신 개발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백신은 살아있는 균주를 원료로 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제약사들은 임상 대상자 모집부터 난관에 부닥친다. 백신을 개발 중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필수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주는 데다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아서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영유아 임상에 대한 거리낌이 크다"고 토로했다.


◆임상 어려움, 수익성 등 구조적 문제 커= 국내에서 영유아 임상 대상자를 찾지 못한 제약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BCG(결핵) 백신을 개발 중인 GC녹십자는 임상3상을 위한 영유아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이유로 LG화학의 소아마비(폴리오·IPV)·폐렴구균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소아장염(로타바이러스)·장티푸스 백신도 동남아 지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계절성 백신도 대상자 모집에 애를 먹는 것은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은 앞서 독감 치료제(CT-P27) 임상 2b상 대상자 모집이 늦어지면서 임상 완료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기도 했다.


개발 후 수익성도 크지 않다. 정부 입찰을 거치는 필수 백신은 시장가보다 낮고 영유아 백신은 출생률 감소로 수요마저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대상포진, 폐렴구균, 로타바이러스 등 고가 백신을 개발하거나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 심사(PQ)를 거쳐 국제조달시장으로 진출하는 데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시장성 등을 감안해 백신 자급률 전략을 다시 짰다. 탄저, 지카바이러스 등 생물테러 공공백신은 정부 주도로 개발하고 차세대 결핵, 범용인플루엔자 등은 백신 후보주를 개발해 민간기업에 이전한다. 소아마비, MMR 백신은 민간 자체 주도 개발로 가는 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백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올해 국가백신제품화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하는 등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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