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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에서 부는 박항서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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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에서 부는 박항서 신드롬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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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이후 베트남에서 한국 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열광이 이제는 그의 나라 한국과 한국 제품에 대한 열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국민만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 팬들까지 박 감독의 스토리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당일 중계된 스즈키컵 결승 2차전 경기 시청률이 18.1%로 동 시간대 다른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은 게 단적인 증좌다.


박 감독의 성공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되는 듯하다. 마법(매직)으로까지 불리는 탁월한 전략ㆍ전술과 선수 기용 그리고 헌신. 바로 이 세 요소가 아우러져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열고 있는 것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메이션을 새로 구축했고, 이번 스즈키컵 결승전에서도 탁월한 용병술을 선보였다. 1차전에선 벤치 멤버를 선발로 기용해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고, 2차전에선 1차전에서 쉬었던 선수를 스트라이커로 내세워 결승골을 뽑아내는 등 상대의 허를 찔렀다. 여기에 어린 선수들과의 스킨십 등 '파파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역량을 최고도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베트남인들이 이번 대회 우승에 열광하고 박 감독을 국민 영웅으로 떠받드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미 낯익은 모습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우리가 열광했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2018년 지금 대한민국인들은 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박항서에게 그토록 열광하는가. 2002년 네덜란드인들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히딩크에게 그렇게 열광했던가. 도대체 이 한국 내 박항서 신드롬은 어떻게 봐야 할까.


여러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박항서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무능, 무지, 무책임, 부도덕, 잇속 차리기 등의 행태가 이 땅의 공적 영역에서 다반사로 횡행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좌절, 포기가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관객 300만명을 넘어서는 흥행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며칠 전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분노했다"는 배우 김혜수의 언사가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어디 나만 그랬으랴. 관객들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부에 분노하고, 줄도산으로 절망하는 영세업자들의 자살 행진에 눈물 흘린다. 그런데 영화 후기를 보니 분노와 탄식만 있는 게 아니다. 두려움도 있다. 펀더멘털은 끄떡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고 대기업에 납품해 하루아침에 쫄딱 망한 중소기업인의 절규와, 이와 반대로 정부의 무능과 무지를 발판 삼아 국가 부도에 투자해 승승장구한 군상들의 환호는 분노를 넘어 공포로 이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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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배관이 터져 펄펄 끓는 열수가 치솟아 귀갓길 시민이 승용차 안에서 전신 화상으로 비명횡사한 세상.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열차 사고. 안전이나 열차와는 일면식도 없는 낙하산들이 이를 관리하는 공기업 사장으로 착지한 세상. 어디 이뿐이겠는가. 아무리 분노해봤자 답도 안 나오는 이들의 저급한 행태에 허탈해하느니, 차라리 남의 나라에서라도 탁월과 헌신으로 똘똘 뭉친 성공 스토리를 그려가는 이에게 환호하는 게 정신건강상 현명한 선택이지 않겠는가. 이것이 다름 아닌 한국에서 부는 박항서 신드롬의 실체라고 나는 본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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