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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보다 사납금이 더 큰 문제" 카풀 논란에 가려진 택시업계의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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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택시회사 86.4% 사납금제 운영…하루 14만~18만원 사납금 채워야
14년간 택시기사 하루 수입 60.7%↑, 사납금은 80.4%↑…순수익은 4.7%↓
택시기사들 "기본급마저 몇년째 제자리걸음…사납금제부터 해결해 줬으면"

"카풀보다 사납금이 더 큰 문제" 카풀 논란에 가려진 택시업계의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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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택시가 카풀 때문에 이러는지 아십니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사납금이요 사납금."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 A씨는 '카풀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고, 생존권 투쟁에 나선 택시업계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택시기사 한 명이 분신자살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A씨가 논란의 '본질'이라고 말한 사납금은 택시기사의 소득과 택시 서비스 질에 악영향을 주는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왔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간한 '택시기사 노동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회사의 86.4%가 사납금제를 운영한다.


사납금은 택시기사가 택시회사의 소유물인 차를 빌려 영업을 하는 대가로 일종의 렌트비다. 지역이나 회사에 따라 금액이 다른데 보통 14만원에서 비싼 곳은 18만원 정도 한다. 택시기사는 정해진 12시간 동안 '빌린 택시'로 영업을 해서 번 돈 중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남은 금액을 수익으로 챙긴다.


문제는 12시간 영업으로 사납금을 채우기가 버겁다는 현실이다.


보고서에서 2014년 택시기사의 하루 수입은 15만4745원이었다. 2000년과 비교하면 60.7%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납금은 80.4% 증가했다. 결국 사납금을 제외한 순수익은 2만1245원으로 14년간 오히려 4.7% 감소한 것이다.


하루 사납금이 18만원으로 비싼 편인 회사에서 일하는 택시기사 B씨는 "12시간 꼬박 일해야 겨우 채울 수 있다"고 전했다.


14만원으로 비교적 낮은 사납금을 내는 C씨도 "사납금 채우는 데 보통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걸린다"며 "나머지 한 두 시간 동안 버는 돈이 내 돈인데 그 때부턴 진이 빠져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사납금 압박은 결국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나 장거리 손님 골라 태우기 같은 일탈로 이어질 유인이 된다.


택시기사의 수익은 운송수입 중 사납금을 제외한 '순수익'과 택시회사가 지급하는 기본급으로 구성된다. 한달 기본급은 보통 100만원 정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본급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기본급은 택시기사의 실제 근무시간을 산정한 뒤 최저임금을 곱해 정한다.


그런데 근무시간을 정확히 따지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택시회사들이 하루 3~5시간만 인정해준다는 게 문제다. 실제 운행시간 12시간의 3분의 1 수준이다. 식사나 휴식 시간 등을 빼야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소정근로시간'을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법의 허점도 교묘히 이용했다. 택시기사 D씨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있다지만 우리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라며 "우리가 받는 기본급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했다.


카풀 서비스 같은 신산업을 육성하면서 택시기사의 반발도 동시에 해결할 방법은 결국 사납금이란 건 정부나 국회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장 박홍근 의원은 13일 사납금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시에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을 규정해 기본금을 높여주는 취지를 가진 '택시발전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택시산업에 월급제 기반의 임금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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