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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데모사이드(democide) - 공권력에 죽임당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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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데모사이드(democide) - 공권력에 죽임당한 사람들 사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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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16·17세기 중반까지 계속된 종교개혁과 종교전쟁은 서구 문화에 종교와 사상, 양심의 자유와 관용을 싹틔운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종교개혁에 대해 신념이 다르다고 죽이거나 잡아 가두지 않는 ‘교조적 폭력’으로부터의 해방, 즉 종교적 관용성을 자유주의의 기원으로 해석한 바 있다. 근대에 접어들자 종교의 자유는 곧 민주주의의 척도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소득수준,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중국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유가 실종된 종교 탄압국가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행렬의 끝엔 북한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여부가 연일 화제가 된 가운데, 그를 위인으로 칭하는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 대표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의) 겸손함,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 (북한) 경제 발전 모습을 보며 팬이 되고 싶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뒤를 잇고, 시진핑이나 푸틴도 20년 넘게 (집권) 하는데 왜 거기는 세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데모사이드(democide)는 대중(demos)에 살해(cide)를 덧붙여 만든 단어로, 무장하지 않은 시민에 대한 국가권력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대량학살을 뜻한다. 유엔총회는 2005년부터 북한을 인권탄압국으로 간주하고 지금까지 총 14번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해왔다. 지난 11월 채택된 새 북한인권결의안은 정치·종교적 이유에 따른 사형, 법치의 결여, 강간과 공개처형 등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의 보고서는 최대 12만 명의 북한 주민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책에서 북한이 과거 80년대 후반 교황초빙을 위해 말살되다시피 한 가톨릭 신자를 찾아낸 일화를 통해 북한의 종교탄압 현실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에 ‘김정은’ 이름 석 자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북한 외교의 필사적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모부 처형과 이복형 암살은 차치하더라도, 인류 보편가치인 인권에 대한 3대에 걸친 탄압을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있음에도 이를 한 번도 책임지지 않은 국가원수를 위인이라 지칭하는 환영단의 행보에 따가운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데모사이드 개념을 처음 주창한 미국 정치학자 루돌프 럼멜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절대권력은 극단의 대량학살과 인권탄압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위인이 답방을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5000년을 함께했고 70년을 떨어져 지낸 북녘의 동포 수십만 명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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