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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비극으로 끝난 '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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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비극으로 끝난 '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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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산업부 기자] 황금 개띠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미리 짐작하건대 연말 '올해의 단어' 선정 시 '랭면(냉면)'이 상위에 오를 것 같다. 올해 냉면을 조연으로 빚어진 촌극은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막을 내릴 듯하다. '아,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서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로 끝났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1945년 분단 이후 세 번째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옥류관 평양냉면을 만찬 메뉴로 어렵사리 가져오면서 냉면의 인기는 상한가를 찍었다. '냉면 먹었냐'가 만나는 사람마다 주고받는 인사였을 때다. 그런데 냉면, 정확히는 평양냉면에 대한 지금의 심리적 거리감은 북한 그 이상보다 멀게 느껴진다. 리 위원장의 '냉면과 목구멍' 발언의 탄생 비화를 들으면 일견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지만 정도를 지나쳤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겨울을 앞둔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냉면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한다. 고작 한입거리 음식에 불과할 수 있지만 북한과 김 위원장, 나아가 외교 수단으로 사고의 범위를 넓히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김 위원장의 냉면 어록이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처럼.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은 남북 간 언어적 괴리감도 반영한다. 시계를 돌려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의 남·북·러 3각 세션. 남과 북, 러시아가 연대해 처음으로 마련한 토론 장의 주인공은 김윤혁 철도성 부상을 비롯한 대여섯 명의 북한 측 인사였다. 이날 인상 깊었던 점은 이들이 포럼을 위해 준비한 발언이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짤막한 대화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 위원장 냉면 발언의 진위를 넘어 진의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북측은 남북 경제 협력 '꺼리'를 공공연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실망했다고 한다. 아직은 요원한 남북 경제 협력이지만 앞으로 누구를 주축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우리 정부가 따져 볼 게 많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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