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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내몰린 펜싱대회, 중국선 환영..씁쓸하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5초

사단법인 '공부하는 학생 운동하는 선수' 정규영 회장
8회째 맞은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 소회 밝혀
"외로운 싸움이지만 옳다고 믿어…중국에 넘긴 대회 다시 열고 싶다"

"한국서 내몰린 펜싱대회, 중국선 환영..씁쓸하죠"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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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중국)=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우리나라에서 매도당했던 행사가 중국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23일 중국 상하이의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장에서 만난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의 정규영 회장은 올해로 8회째를 맞은 대회를 돌아보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스탠퍼드대 펜싱협회장을 역임한 그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미국의 학생선수 모델을 우리나라에 접목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이 대회를 시작했다.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컬럼비아,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대 펜싱부 학생선수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해 국내 대학생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무대를 만든 것이다.


펜싱 경기에만 그치지 않고 두 나라 선수단이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문화체험을 하고 친분을 쌓는 기회도 제공했다. 정 회장은 "펜싱에만 매진했던 우리 선수들이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과 교류하고 의사소통한 경험은 훗날 엄청난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며 "공부하는 운동선수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직접 체득하는 것보다 값진 교육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서 내몰린 펜싱대회, 중국선 환영..씁쓸하죠" 정규영 회장이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한국서 내몰린 펜싱대회, 중국선 환영..씁쓸하죠" 22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 유람선에서 열린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서 중국과 한미 연합팀이 남녀 단체 결승전을 하고 있다./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행사는 5회 대회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렸으나 2016년부터 중국으로 개최지를 옮겼다. 국내 펜싱계 일각에서 이 행사에 비리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014년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우리 행사 취지에 공감해 비용을 지원했지요. 그런데 제가 그 예산을 전용했다고 일부 펜싱인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를 했어요. 결국 감사까지 받았는데 어떠한 혐의도 드러나지 않았지요."


대회 초기에는 선수를 출전시키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었다. 이런저런 일로 일로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중국측 지인이 행사를 중국에 양보하라고 제안했다. 공들여 키운 행사였지만 고심 끝에 중국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씁쓸했죠. 국내 체육계의 뿌리 깊은 파벌문제를 직접 확인한 뒤 더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서 내몰린 행사는 중국에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2016년부터 중국과 일본의 대학 펜싱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규모를 키웠고, 올해는 헝가리와 체코에서도 자비를 들여 출전했다. 도널드 앤서니 국제펜싱연맹(FIE) 부회장 겸 미국 펜싱협회장은 "각 나라의 대학생들이 경기와 문화체험을 통해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 대회가 주는 효과는 상당하다"며 "FIE에서도 8년 동안 이어온 이 행사의 저력을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서 내몰린 펜싱대회, 중국선 환영..씁쓸하죠" 22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 유람선에서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 단체전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상하이(중국)=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 회장은 국내 체육계의 파벌문제와 학생선수 입시비리 등 끊이지 않는 논란을 언급하면서 "국제대회 메달과 국가대표 선발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는 엘리트 시스템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 선발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호인부터 전문 선수까지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전환해야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공부하는 학생선수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클럽 중심의 자율경쟁이 가능해지고, 선수 저변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정 회장은 "2020년이면 이 대회가 10주년을 맞는다. 당장은 제약이 많겠지만 10회를 기념하는 행사만큼은 꼭 우리나라에서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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