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대 급등…이란 핵협정 탈퇴 영향 뒤늦게 반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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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국제유가가 3%대 급등했다. 전날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영향이 뒤늦게 반영된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 협정 탈퇴를 발표한 직후인 전날엔 유가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지만, 이날은 이란 핵협정 탈퇴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08달러(3.0%) 상승한 71.1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로 3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비슷한 시각 배럴당 2.37달러(3.17%) 오른 77.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3번째 원유생산량을 자랑하는 국가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250만배럴가량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고강도 경제 제재를 시행할 경우, 초점은 이란의 원유 수출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세계 원유 수급에서 공급이 줄어들면서 유가가 오를 수 있다. 백악관은 이날 이르면 다음주 이란에 추가 제재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이란은 물론, 이란을 돕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시행할 방침이다. 실제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핵협정 파기에 동조하는 국가는 거의 없지만, 전방위적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미국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이란과 원유교역에 나서기는 만만치 않다. 이란산 원유의 주수입국인 인도·터키는 물론, 우리와 일본도 이란과의 원유교역을 지금처럼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트리펙타의 수크리트 비자야카르 에너지 연구원은 "일부 국가가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고자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연말부터 이란의 아시아와 유럽에 대한 원유 수출이 분명히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에서도 경제 위기에 따라 산유량이 지속해서 줄고 있고,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줄어든 점도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22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휘발유 재고도 217만 배럴 감소했고, 정제유 재고는 379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가 40만 배럴 감소하고, 정제유 재고는 140만 배럴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원유 전문가들은 이란 원유 수출 타격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UFJ의 토모치 아쿠타 수석 경제학자는 "원유 수급은 현재 거의 균형 수준이다"며 "하지만 완벽하게 공급 부족 상태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유가를 최소 배럴당 10달러 끌어 올릴 수 있다"며 "브렌트유는 90달러 가까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