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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GM군산공장 폐쇄, 한미 무역전쟁 '총성'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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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처가가 있는 인천 부평을 갈 때 마다 GM부평 공장을 지난다. 매번 느끼지만 분위기가 음산하다. 활발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공장 주변 지역 경기는 싸늘하게 식은 지 오래다.


퇴근길에 매일 지나는 르노삼성자동차 용인 기흥연구소는 다르다. 가림막을 하고 시험 주행을 하는 신차가 수시로 눈에 띈다. 직원들은 밝은 얼굴로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곤 한다.

GM이나 르노삼성 모두 한국기업이었지만 외국계 기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두 자동차 회사는 한국에서 수 차례 바닥을 경험했다. 르노삼성은 매번 위기를 극복했지만 GM은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며 민족의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군산 공장폐쇄라는 카드를 꺼내놨다. 공장폐쇄는 완전철수를 위한 승부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두 회사는 다른 길을 가게 된 걸까. 결론은 위기에 대응한 방법에도 차이가 있지만 백그라운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미국 정부. 이 차이가 아니었다면 GM이 공장폐쇄라는 협박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GM에게 트럼프 정부 출범은 한국정부와의 협상에 든든한 뒷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전 부터 한미무역 역조 시정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넘어 이제는 호혜세(reciprocal tax)까지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마침 GM이 공장폐쇄를 결정한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재앙이며 전면 폐기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GM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 호응하면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한국정부에 청구서를 내밀 때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GM은 꽃놀이패를 들고 있다. 한국 정부 지원을 받으면 작전 성공이고, 지원이 거부되면 철수하면 그만이다. 철수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그랬듯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으로 돌아온 GM을 환영해 줄 것이라는 계산이 서있을 게다.


한국은 이래저래 난감하다. 지난해 북핵위기 속에 수면으로 가라앉는 듯 했던 한미동맹의 경제 분야에 대한 공격이 재개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외교가에서는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철회가 대북 전략이 아니라 한미 경제관계에 대한 이견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외교보다는 경제 분야 정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 GM 사태를 단순하게 대응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정부는 타고난 협상가다. 많은 논란이 있고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결국 본인이 주장해온 바를 얻어려 할게 분명하다. 협상을 하다 보면 극한 대립도 불가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지방선거 일정이 미국에 앞선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표를 의식하고 일 처리를 한다면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협상 과정에서 GM에게도, 미국 정부에게도 무작정 끌려가면 안되지만 우리도 어디까지 양보해야 할 지 면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GM과 미국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GM이 지원만 받고 또 한국을 등한 시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미국이 FTA 개정 후 새로운 요구를 안한다는 가정도 하면 안된다. 이제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할 때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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