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민낯③]또 다른 '내로남불' 되나…지역상권발전기여금 논란

뒷돈 주던 관행 바꿔 지자체가 관리
주체만 바뀌었을 뿐 금품 통한 상권 진입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대규모 유통시설 출점시 일정 거리 이내의 상인들에게 음성적으로 주던 지원금이 금지되고, 대신 합법적으로 '지역상권발전기여금'을 걷어 상권을 위해 사용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원금의 모호한 성격과 상인회의 유용사건이 발생하는 등 불법적인 요소가 논란이 되자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인데, 결국 예치·운영 주체만 바뀌었을 뿐 금품을 통해 상권을 열어주는 기존의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입지와 영업을 제한하기 위해 당정이 마련한 이른바 '패키지 유통규제'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대규모점포를 개설할 때 해당 업체는 지역상권발전기여금(기여금)납부하고 등록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여금은 대규모점포의 업태와 규모, 지역상권의 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또 기여금을 납부하고 등록한 대규모점포가 둘 이상 지방자치단체와 일정거리안에 있을 경우 관할 면적비율과 인구비율, 거리, 소재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여금을 분할해 각각 사용한다고 명시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아시아경제DB]

대규모점포 출점과 관련해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거나 받아선 안된다'는 조항도 명문화했다. 그동안 대규모 점포 출점 때마다 수십억원을 웃도는 '음성적 뒷돈'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기여금 사용과 관련된 지원사업 계획은 특별자치시장, 시장, 군수, 구청장이 해당 대규모점포 개설등록 또는 변경등록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수립한다. 지원사업은 협의회의 심의를 거친다. 협의회는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기관 가운데 기여금의 일부를 사용해 그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개정안은 대규모점포 출점시 일부 상인들에게 건네는 이른바 '상생기금'이 변질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신세계가 대구점을 개점하면서 대구시상인연합회에 총 10억원의 상생발전협력기금을 전달했는데 한 전통시장 상인회 간부들이 소속 시장 몫으로 배분받은 1억5000만원 중 일부를 나눠 쓴 것이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조정제도 초기 1억~2억이던 상생기금은 최근 일부지역에선 1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일각에선 소상공인들이 이같은 뒷돈을 받기 대규모점포 출점을 고의적으로 반대한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예치, 운영 주체만 바뀌었을 뿐 금품을 통해 상권을 열어준다는 기존의 관행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유통업계 입장에서 상생기금이나 기여금 모두 출점 비용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을 기준으로는 기여금 사용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에 있어 수혜자인 기존 상권 관계자들은 배제돼 있다. 또한 협의회가 사용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여금을 통해 해당 업무를 특정 기관에 넘기는 것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