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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음식 대백과]④명절 대표 생선 굴비의 이름에 사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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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척 이자겸이 귀양살이를 하면서 굽히지는 않겠다는 의미?

[한가위 음식 대백과]④명절 대표 생선 굴비의 이름에 사연이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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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연휴 기간 자주 언급되는 생선 중 하나가 조기를 말린 굴비다. 말린 조기가 '굴비(屈非)'라고 불리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굴비의 고장인 영광 법성포에서 전해지는 얘기는 이렇다. 고려 중기 외척 이자겸은 자신의 둘째 딸과 당시 왕인 예종을 결혼시킨다. 이 둘 사이에서 인종이 태어나는데 그가 왕위에 오르자 이자겸은 권력을 독차지한다. 그리고 어린 인종에게 셋째 딸과 넷째 딸을 시집보낸다. 인종 입장에서는 이모와 결혼한 셈이고 이자겸은 왕의 외할아버지인 동시에 장인이 된 것이다.

이자겸의 전횡이 계속되고 스스로 왕이 되려고 하자 인종은 이자겸의 측근인 척준경을 이용해 그를 제거한다. 영광으로 유배를 간 이자겸이 이곳의 특산물인 건조한 참조기를 먹고 이를 인종에게 진상하며 이름을 지었는데 이것이 '굴비(屈非)'였다. 비록 귀양살이를 하고 있지만 굽히지는 않겠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다른 해석도 있다. 예로부터 참조기를 잡으면 간을 해 짚으로 엮어 매달아 말렸는데 이렇게 하면 휘어지는 모양을 보고 별칭으로 '굽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변해 굴비가 됐다는 것이다. 굽이는 휘어서 구부러진 곳을 이르는 말이다.


굴비가 굴하지 않아서 굴비인지, 구부러져 굴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맛이 어디에서도 꿀리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소설가 황석영은 음식 에세이를 모은 '맛과 추억'에 이렇게 썼다. "굴비는 두었다가 구워 먹는 것이 보통이지만 통째로 여러 마리를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몇 달이 지나서 꺼내어 살을 잘게 찢어서 저장한다. 살이 쫄깃하고 암갈색이 되는데 쇠고기 장조림의 열 배는 더 맛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먼 길 걸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배가 고픈데도 당장 점심을 먹기도 지겹고 할 적에, 어머니가 구운 굴비를 찢어서 열무김치와 함께 밥상을 차려 준다. 찬물에 밥을 말아서 굴비와 열무김치를 먹기 시작하면 그제사 식욕이 왕성해졌던 것이다."


이 굴비를 항아리에 넣고 통보리를 채워 보관하면 보리굴비가 된다.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보관법이었다. 보리의 성분이 굴비를 숙성시키는 동시에 보리의 향은 굴비에 스며들어 비린내가 사라진다고 한다. 참조기로 만들어야 제대로 된 굴비라고 할 수 있지만 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참조기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민어과의 물고기 부세로도 보리굴비를 만든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것은 대개 부세로 만든 것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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