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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수출노하우]대형 바이어의 표준약관도 따져봐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KOTRA 수출노하우]대형 바이어의 표준약관도 따져봐야 최지호 KOTRA 무역투자상담센터 수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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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인 바이어의 표준약관을 받아 보고는 "수출을 하려면 모든 조건을 무조건 수락하든지 아니면 계약을 포기하든지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출 계약은 양측이 진행하는 것이고 아무리 바이어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이 계약이 자사에 유익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제대로 알고 진행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A사는 온도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특수 보온병을 개발해 제작, 판매하는 기업인데, 지난 6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KOTRA 소비재 수출대전'에 참가했다가 독일 대기업 T사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 독일 회사는 1949년 함부르크에서 커피를 우편 판매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시작해 유럽 전역에 커피와 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며 1만2000명의 직원을 둔 대기업이다. KOTRA 함부르크 무역관이 T사를 국내 소비재 수출대전에 초청하려고 노력해 오다가 올해 비로소 참가하게 된 것이다.

T사는 높은 품질의 한국 소비재에 매우 놀라워하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A사의 보온병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납품 제의를 하고 본국에 돌아가서 납품과 관련한 표준약관(General Terms and Conditions)을 보내왔다. 계약서를 검토하고 수락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본 위원이 A사가 보내온 T사의 표준약관을 검토해 보았다. 우선 대금지급 조건이 거래금액이 15만유로 이상인 경우에는 대금의 70%를 신용장(L/C)으로, 30%는 물품 검수 후 전신환(T/T)으로 지급하는 조건이었고 거래금액이 15만유로 이하인 경우에는 선적서류 접수 후 70%를 T/T로, 나머지는 검수 후 T/T로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이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판단됐다. 그러나 이외의 조건들은 A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많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을 체결하면 단가 8만원인 20개가 넘는 다양한 샘플을 무조건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더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물량도 얼마나 될지 모르는데 단가 8만원 이상인 샘플을 20개 이상 보내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또한 T사 검수 담당자가 방한해 선적 전에 제품을 검수해 통과된 것만 선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만약 제품이 제때 준비되지 않아 검수 일정에 차질이 생겼을 때는 하루에 580유로 이상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계약 불이행 시 계약금의 20%와 영업 손실에 따른 금전적 배상을 규정하고 있어 A사에 매우 불리해 보였다.


이에 A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많으며 특히 단가 8만원 이상인 샘플을 20개나 무료로 보내는 것은 타산이 많지 않을 수 있으니 상대방이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수정을 요구해 보도록 권했다. A사 역시 T사에 계약 조건의 수정을 요구했다.


T사는 표준약관이라는 점 때문에 수정은 불가능하나 샘플은 1000개 이상 대량 주문 시에만 요청하겠다고 명확히 했다. 검수 지연에 따른 손해 배상에 관해서는 발주를 좀 더 일찍 해서 검수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로 했고 품질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손해배상책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양사는 이런 조건대로 계약을 체결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수출할 때 바이어의 요구를 무조건 수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상대가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이 있다면 수출자의 입장을 이야기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만 지속적인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하다.


최지호 KOTRA 무역투자상담센터 수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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