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 우후죽순 논의 본격화
중소판매점 위기·가입자 쏠림현상
'원스톱쇼핑' 폐지로 불편도 우려
"국회가 압도적 찬성했던 단통법
부작용으로 개정안 수두룩…되풀이 안돼
"시장영향·부작용 등 깊이 논의해야"
시장 파급력이 큰 통신제도가 국회에서 경쟁적으로 쏟아지면서 자칫 '단통법'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된다. 소비자 통신비 절감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이들 제도가 '포퓰리즘'을 넘어 그 취지를 달성하려면 여러 가능성을 고려한 세밀한 대안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이동통신업계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자급제)'가 제2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급제란 휴대전화는 제조사에서, 이동통신서비스는 이통사에서 각각 분리해 판매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20대 국회 최초로 자급제 법안을 발의했다. 19일에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자급제 법안을 발의한다. 단말기 가격경쟁을 유도해 가격인하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 교수는 "자급제를 시행하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 원스톱 쇼핑이란 장점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단말기를 사면서 할부금융을 이용할 수도 있고, 파손·분실 등에 대한 보험서비스에도 일괄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며 "이런 서비스는 이동통신사가 금융사와 협의해서 좋은 조건을 따내고 이통서비스 고객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급제 아닌 현재 시장에서 소비자가 얻는 혜택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다른 대표적 부작용으로 중소휴대폰 판매점의 생존이 거론된다. 이들은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 판매 모두를 담당하며 사업을 영위해왔다. 만약 두 서비스가 분리되면, 한 쪽 매출은 포기해야 한다.
자급제를 시행하게 되면 요금제와 서비스로만 승부해야 하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보조금 경쟁 유인이 사라져 가격인하 여력이 생긴다. 이는 자급제 시행의 핵심 기능이기도 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있다. '보조금' 장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는 1위 이통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시장 1위인 SK텔레콤으로의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자급제 시행에 부정적인 이유다.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유통망을 직접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동안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통사라는 거대 유통업체에 일괄적으로 제품을 판매해왔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급제 법안들의 내용이 세부적으로 다른 것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국회발 새 통신제도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2014년 단통법 사례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시장의 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마련돼 국회의원 289명중 213명 찬성이란 압도적 비율로 가결됐다. 그러나 경쟁저하로 인한 소비자 복리후생 감소 등 부작용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단통법을 통과시킨 국회가 개정안 20여건을 다시 발의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단통법이 시사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시장 파급력이 큰 제도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고 부작용 검토에 소홀했다는 것"이라며 "자급제의 경우 이해관계자가 많아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