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원칙 있고 예외 없는 유통개혁 추진할 것"(종합)

프랜차이즈 혁신위와 내주 중 만남…10월 중 상생안 마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 = 공정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유통업계와 만나 '비가역적(돌이킬 수 없는)' 유통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원칙이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김 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유통업계 6개 사업자단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라도 거래관행을 바꿔 공정한 시장을 만들게 되면 궁극적으로 우리 유통산업에 커다란 득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13일 공정위가 발표한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 관련 정책방향을 유통업계에 설명하고, 유통업계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TV홈쇼핑 등 압도적 구매력을 가진 대형유통업체들이 이를 남용, 납품업체에 각종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고 불이익을 주었던 행태를 지적하며 "현행 법·제도와 집행체계만으로는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진단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복합몰·아울렛 입점업체 보호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의무 ▲공시제도 등 주요 실천과제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열망이자 시대적 요구인 경제민주주의를 향한 목소리에 우리 유통업계가 답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개혁을 진행하는 데 있어 타협은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하면 개혁은 반드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개혁의 원칙은 후퇴하지 않아야 하며,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개혁이 이뤄지면 그 결과는 비가역적이어야 한다"며 "유통개혁도 이렇게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유통업계가 이미 판매장려금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경험이 있다며 유통업체도 개혁에 발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판매장려금은 납품업체가 자사 상품의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대가지만,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착취하는 통로로 변질됐다.

이에 공정위는 2013년 판매장려금 허용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판촉 목적과 무관한 장려금은 모두 금지하는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고, 그 결과 피해업체 비율이 20%에서 1%로 줄어드는 등 판매관행이 개선됐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원칙에서 후퇴하지 않고 과감히 개혁을 추진했고, 유통업계도 개혁의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새 룰에 능동적으로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또는 당장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광범위한 예외규정을 만들면 반대하는 목소리도 줄어들고 쉬운 길로 갈 수 있지만 이는 실패한 개혁"이라며 "새로운 개혁도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며 원칙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납품업체간 상생발전 협력모델을 마련하는 데 업계의 동참을 부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법 준수를 넘어 유통·납품업체가 스스로 협력·상생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각 업태별 특성에 맞는 상생모델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내내 유통업계의 혁신 동참을 강조하면서도,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오늘 유통업계를 만난 것이 한 번(만남)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고, 산업·정책 차원에서 의견을 주시면 저희가 경청하고 정부 정책에도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은 물론이고 정책적 제안까지 마음껏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정부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7월 마련한 가맹업 불공정 개선방안과 관련, 프랜차이즈 업계가 상생협력 모델을 내달 중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주 중으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주도하는 혁신위원회와도 만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