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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사령탑에 김현종…'WTO 90일규정' 진짜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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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일찌감치 '통상사령탑' 적임자로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을 염두에 두고서도 수차례 고심한 까닭은 90일간 정부직 진출을 제한하는 WTO 규정 때문이었다. 결국 청와대는 "이미 본인이 맡은 소송업무를 다 마무리한 상황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임명을 감행했지만, 논란은 거세다. 당장 국제기구 등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중장기적으로 통상분야 국익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WTO 상소기구는 WTO 분쟁의 최종심(2심)을 담당하는 심판기구로 WTO 상소기구 위원은 사퇴 후 90일간 특정 국가의 정부직 진출이 제한된다. 상고기구 실무규칙에는 재판관이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90일 이후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WTO 상소기구의 특성을 감안해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 '통상장관'으로 통하는 고위 정부직이다. 임기가 3년4개월이 남은 김 본부장으로선 명백한 관련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청와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직 효력이 90일 이후에 발생하도록 한 것은 상소기구 위원이 이 기간 중 맡고 있는 소송사건을 마무리하라는 취지인데 김 본부장은 이미 본인이 맡은 소송업무를 다 마무리한 상황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말도 되지 않는 해명'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통상전문가는 "90일간 특정국가의 정부직 지위를 어떤 식으로든 맡지 않아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처리하는 소송업무가 다 마무리됐더라도, 다른 국가의 소송참여가 가능하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각종 국제기구에서 이 같은 동일규정을 두고 있는데, 모두 직접 처리하는 업무 기간만 지나면 상관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공식 해명을 내놓은 것은 규정을 어기더라도 국제기구 특성상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등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진두지휘한 김 위원을 발탁해 미국측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고육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파는 불가피하다. 특히 어렵게 따낸 상소위원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WTO 상소기구 내 우리나라 위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국익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거세지며 향후 WTO 제소가 줄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국익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다.


청와대는 이 또한 "나라별 추천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선임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임기를 1년도 채 채우지않고 규정위반 논란까지 제기된 국가에 또 다시 상소기구 위원 자리를 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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