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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맹목과 공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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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맹목과 공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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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저작 중용(中庸)의 23장은 이렇다. '기차(其次)는 치곡(致曲)이니 곡능유성(曲能有誠)이니 성즉형(誠則形)하고 형즉저(形則著)하고 저즉명(著則明)하고 명즉동(明則動)하고 동즉변(動則變)하고 변즉화(變則化)니 유천하지성(唯天下至誠)이야 위능화(爲能化)니라.‘ 여러 해설서를 참고하면, '작은 일이라도 지극히 정성을 다해야 자신과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에 작은 일이라 치부할 만한 게 얼마나 될까 싶지만 이른바 대의(大意)에 희생되는 수많은 가치를 목격한다. 시쳇말로 '이기면 장땡'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탓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웬만한 몰상식은 용서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오랜 기간 누적된 '경험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은 물론 세상이 바뀌는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맹목적 권력의 이면과 정확하게 맞닿는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한 취업 특혜 제보조작 사건. 당원 이유미 씨에 이어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당사자인 국민의당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 사건은 공당(公黨)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어디로 가도 '추경' '공약이행'만 하면 된다는 식의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행보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적 한계를 감안해도 공감과 협의는 적폐 청산을 내세운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나서서 지켜야 할 절차적 가치였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와 명분을 앞세워 엄포를 놓기 일쑤였다. 뒤늦게나마 타협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고, 이견이 첨예한 국정과제는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공감대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의 부아를 돋운 기업가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은 여직원을 성추행했고, 정우현 MP 그룹 전 회장은 가맹점에 이른바 '치즈통행세' 등을 물리며 착취를 일삼았다. 흙수저 출신이었던 그들도 한때는 좋은 기업가를 꿈꿨을 터. 무슨 짓을 해도 돈만 벌면 된다는 천박한 물신성에, 세상은 물론 자기 자신도 바꾸지(化) 못했다.


새 정부 출범으로 대(大) 전환기를 맞았다고 한다. 중용 23장을 곱씹으며 어떤 자신을 바라는지, 어떤 세상을 원하는지 다시 묻는다. 꿈꿨던 세상의 모습과 오늘의 자신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묻는다. "오늘 당신의 삶은 지나치게 맹목적이어서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잃고, 공멸의 길에 들어 서 있지 아니한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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