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백악관은 오는 30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보다는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도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과 경제 현안에 대한 양보를 이끌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이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28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전화 브리핑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를 한국과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한국과의) 무역관계가 불균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흑자는 축소되고 있고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큰 격차와 불균형이 존재한다"면서 "양국 정상이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여전히 미국 자동차 판매의 장벽이 존재하고 때로는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과도한 양의 중국산 철강 제품이 있다는 사실 등에 관해 솔직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양국 정상은 무역 관계에 대해 우호적이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예시하며 양국 간 전반적인 무역 불균형 시정을 촉구하는 한편 한미 FTA의 재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 호응을 압박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무역 불균형 시정을 포함한 경제 분야 현안과 후속 조치들이 어떤 형태로 표현될지도 주목된다.
백악관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사드 배치와 북핵 정책 기조는 주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 지연 논란과 관련, 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미 이에 대해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는 것과 동일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면서 "이 문제가 정상회담의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 정상 중 누구도 이 문제를 논의의 중심에 놓고 다룰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양국 간 기존 합의를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란 한국 정부의 해명을 기정사실화한 뒤 이에 대한 약속 이행을 강조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는 물론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같은 현안에서도 양국 간 큰 이견이 없는 상태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의 접근법이 (미국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상이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고 대화를 위해선 조건이 맞아야 하며 대화 조건이 맞더라도 압박 강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내년도 평창올림픽의 남북 단일대표팀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그것이 '(대북) 압박 작전'을 약화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잠재적인 대북 관여에 관한 아이디어를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