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트럼프에 감사"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뇌 조직이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웜비어가 입원한 미 신시내티 주립대 병원 의료진은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의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북한에서의 일에 대해 정보가 없어서 신경 손상의 원인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특히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었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웜비어가 보톨리누스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장기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다만 이날 의료진은 "웜비어가 구타당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웜비어는 미국 송환 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스스로 숨을 쉬고는 있지만 언어에 대한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장했던 청년 웜비어가 의식을 잃은 채 송환되자 미국내 여론도 들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미국 시민에게 위해를 가한 것에 대해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자신의 아들을 잔인하게 취급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아들이 가족의 품에 돌아온 것이 기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북한에 의해 잔인한 대우를 받은 데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프레드 웜비어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의 상태에 대해 슬픔을 표시하고 위로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를 찾아내려고 했다. 자애롭고 친절한 일"이라고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자신의 아들 문제를 드러나지 않게 요구했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에 강제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 웜비어의 송환 문제를 둘러싼 교섭을 '협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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