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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100년 역사 '애경사' 건물 철거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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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의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고 했다. 국토의 어디를 가든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면서 서구의 미술관·박물관들이 경쟁적으로 그 규모의 방대함을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와 견줄게 못된다고 했다. 규모의 크기도 그렇지만 모든 유물은 제자리에 있을 때에만 온전히 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는 매우 높다.


국가사적이나 지자체 지정 유형 문화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유적뿐이 아니다. 법적으로 보호되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거나 역사성이 담긴 근·현대건축물도 우리의 문화유산으로서 보존할 가치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

서양의 근대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개항도시 인천을 보자. 1882년 개항 이후부터 1950년 한국전쟁 이전에 지어진 근·현대 건축물이 210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가 사적, 인천시 지정 유형 문화재, 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유적은 총 23개에 불과하다. 특히 철거될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등록문화재는 7개 뿐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 안된 근대건축물은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도시개발에 밀려 철거되거나 훼손될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철거된 중구 송월동의 '애경사' 건물이 단적인 예다. 1912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한때 세제 및 비누제조 업체인 '애경'의 모기업이 비누공장으로 사용한 곳이다. 시민문화단체들은 당시 보기드문 철골 구조에 붉은 벽돌로 지은 건축물로서의 가치와 인천지역 공단의 시초라는 측면에서 건물의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00년 가까이 된 이 건물을 최근 관할 지자체가 앞장서서 헐었다. 관광객이 늘고 있는 인근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의 부족한 주차시설을 짓기 위해서다. 지자체와 일부 지역 주민들은 문화재도 아닌 건물을 어떤 근거에서 근대건축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느냐며 철거에 반대한 시민단체를 향해 반문한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자. 가치 판단도 하기 전에 허물어버린 근거는 또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인천의 근대 산업 역사와 건축물로서의 의미를 연구하기도 전에 철거된 애경사 건물은 분명 인천시의 허술한 문화정책의 단면이다. 이제라도 지역에 산재한 근대건축물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애경사 외에도 남한 최초의 소주공장인 '조일 양조장', 인천시민에게 시네마천국의 향수가 있는 '동방극장', 일제강점기 요정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송주옥' 등 공용주차장으로 둔갑해버린 근대건축물들이 여럿 있었다.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겠다며 '문화주권'을 선언한 인천시가 있는 문화유산도 지켜내지 못한 씁쓸한 상황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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