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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이 만난 사람]"침울한 사회에 재미라는 반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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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전도사' 손대현 한국슬로시티본부 이사장…국내 슬로시티운동 10년

[서소정이 만난 사람]"침울한 사회에 재미라는 반전 필요" 손대현 한국슬로시티본부 이사장이 한국슬로시티본부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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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행빠(행복에 빠지는)'가 되는 게 슬로시티운동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손대현 한국슬로시티본부 이사장은 "속도는 기술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라며 "빠름이 주는 편리함을 손에 넣기 위해 값비싼 느림의 즐거움과 행복을 희생시키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삶이 직선이 아닌 곡선이듯,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더욱 느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는 역설이다.

손 이사장은 "창조란 서로 다른 생각, 다양한 사고를 합치는 종합이요, 융합인데 게으르고 느릴 때 역설적으로 가장 행복하고 창의적일 수 있다"고 말문을 이어갔다. 이를 대변하듯 한국슬로시티본부 사무실 벽에는 느림을 상징하는 달팽이 그림이 걸려있다. 그는 "아이가 엄마 등에 업혀 컸듯이 인간도 결국 자연의 등에 업혀 살아간다"면서 "달팽이가 천천히 생명을 유지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처럼 인간도 스스로 치유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2007년 슬로시티운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했다. 슬로시티운동은 1986년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가 이탈리아 로마에 상륙했을 때 온몸으로 저항했던 운동에서 촉발됐다. 이후 1999년 이탈리아 작은 도시 그레베 인 끼안티에서 민·관이 주도하는 국제슬로시티운동으로 발전했다. 우연히 '홀리듯' 그레베 인 끼안티를 찾아가 행복공동체 철학에 매료된 손 이사장은 2008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슬로시티본부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는 이후 2007년 12월 전남 완도·담양·신안군이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에 지정됐고, 현재 13개 자치단체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느림전도사'가 된 데에는 그의 독특한 삶의 이력도 한 몫했다. 경남 밀양 빈농에서 6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괴짜'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전쟁 상흔이 지속되는 어수선한 시국에 학교는 가서 뭣하느냐는 생각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친적집 방에 틀어박혀 일년반동안 고전을 탐독했다.


뒤늦게 고등학교에 진학한 손 이사장은 한국외대 스페인어학과와 마드리드 국립관광대학을 졸업했다. 그가 유학길에 오른 1968년, 여권발급은 하늘의 별따기였고 '관광은 사치'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미래 관광레저 여행사업은 세계 최고·최대의 산업"이라고 확신한 그는 한국사람으로서는 최초로 관광학을 공부하러 마드리드로 떠난다. 주변에서는 다들 그를 '웃긴 놈'이라고 했단다. 4년 뒤 귀국해 쉐라톤 워커힐 호텔과 한국관광공사에서 실무를 익힌 뒤 학계에 입문해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를 지냈다. 당시 국내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 CEO 과정을 만든 그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 임원들에게 명강사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앞서갔던 그의 시각이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다.


"1997년 IMF사태가 터졌을 때 제가 '재미론'이라는 책을 썼어요. 성장제일주의로 빨리 살다보니 국가부도가 났는데 이제는 앞만 보지말고 옆과 뒤도 봐야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아무도 안사보더라고요(웃음)." 그는 외환위기로 인한 침울한 사회를 극복하려면 재미라는 반전모델이 필요하다며 '느림'을 주장했지만 그말을 들은 사람들은 '별난 놈'이라고 웃어넘겼다고 회고했다. 빠른 게 미덕이고 여유와 게으름은 터부시하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불과 최근 몇년 사이다.


"스웨덴에 갔는데 일년에 주말을 빼고 50일은 휴가였다. 이미 슬로시티인 것 같아 왜 이 운동을 하냐 물으니 '100년 후 자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나왔다"는 손 이사장은 여기에 답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행복사회로 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해외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부 장관이 12년을 하면서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이끌더라"며 "지금 같은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미래는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방향성 있는 교육정책'. 그가 새 정부에 바라는 행복사회로 가는 제1요건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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