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에서 '이방카·트럼프' 브랜드 신발 제조 공장의 고용 실태를 비밀리에 조사하던 비정부기구(NGO) 소속 노동 운동가 3명의 행방이 묘연하다.
31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NGO '중국노동감시(CLW·중국명 中國勞工觀察)'의 설립자 리창 소장은 "이방카·트럼프 브랜드 신발을 만드는 공장을 조사하던 화하이펑과 리자오, 쑤헝 등 3명이 지난 주말부터 연락 두절 상태"라고 밝혔다. 전화 수십통을 걸었지만 응답이 없자 리 소장은 이들이 공장이나 경찰에 붙잡혀 연락이 닿을 수 없는 상태임에 틀림없다고 결론 내렸다.
화하이펑의 부인 덩귀롄도 인권 단체를 통해 "화요일 오후 경찰이 전화를 걸어 와 남편을 불법 감시 혐의로 체포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 필요가 없으며 당분간 (남편과) 만날 수도 통화할 수도 없고 생활비를 받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 2000년부터 17년 동안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회사의 근로 여건을 조사해 온 중국노동감시는 다음달 이 공장의 저임금 ·초과 근무 등 실태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었다. 중국노동감시는 삼성전자 중국 협력사가 미성년자를 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애플과 월트 디즈니사의 협력사가 노동법을 어긴 정황도 폭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공장에서 위장 근무를 하는 등 조사 방법이 합법적이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있다. 리 소장은 "우리는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장을 조사해 온 것인데 점점 상황이 정치화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이 정도의 탄압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예전에는 조사 사실을 들켰을 때 공장에서 쫓겨나거나 단기간 구류에 그쳤으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인권 단체 활동이 노동 안정성을 해친다는 판단 아래 감시·감독을 강화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번 사례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맏딸 이방카 트럼프의 이름이 들어간 신발 제조 회사가 조사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입김'이 있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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