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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야구 적응 못한 김성근 시대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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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과학화된 시스템보다 본인 경험 중시

바뀐 야구 적응 못한 김성근 시대의 퇴장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성근 감독의 뒷모습[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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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스포츠 지도자는 성적으로 평가받고 책임을 진다. 과거의 영광만으로 현재를 살 수 없다. 23일 프로야구 한화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성근 감독(75)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4년 10월 25일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임기 3년, 총액 20억 원. 안팎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한화는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큰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고 훈련과 경기, 팀 운영에 전권을 행사했지만 구단과 팬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21일까지 9위에 처져 경질이든 자진사퇴든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만했다.


김 감독의 퇴진은 상징성이 강하다. 그가 물러나자 팬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팀의 체질을 개선할 적임자를 내쳤다"는 주장과 "독선적인 지도 방식의 한계였다"는 주장이 온라인 게시판에서 충돌한다. 스포츠평론가 최동호(49) 씨는 "권위적인 지도자 시대의 종언"이라고 했다. 그는 "전권을 쥐고 강훈련의 효과를 믿으면서 '나를 따르라'고 하는 '김성근식' 지도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선수들을 포함한 야구인과 팬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고 했다.

김 감독이 2년 7개월 동안 한화에서 일하며 남긴 이미지는 '불통'과 '아집'이다. 그 사이 프로야구는 선수단과 프런트가 역할 분담하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었다. 선발 투수와 불펜의 구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많은 훈련량을 시스템과 과학이 대체해나갔다. 감독이 모든 판단을 독점하는 방식은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스포츠계 전체가 구성원 사이의 소통을 강조하고,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리더십을 지향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 흐름의 반대편에 있었다. 최동호 씨는 "투수 혹사 논란이나 팀에 잠재한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는 이유도 자신의 경험만을 신뢰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도 소통과 탈권위가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스포츠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김성근 야구'가 한화에 해악만 남기지는 않았다. 한화는 2012시즌부터 3년 연속 꼴찌였다. 2009~2010년을 포함해 최하위만 다섯 차례. 김 감독은 매 경기 총력을 기울여 접전을 만들고 끈질긴 승부를 해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높였다. 한화의 홈경기 관중수는 2015년 65만7385명으로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14년(47만5126명)보다 늘었다. 전년 대비 관중이 증가한 구단은 한화와 넥센뿐이었다. '객단가(공짜나 할인 티켓을 제외한 관중 1인당 입장료의 가치)'는 2015년 1위(1만1582원), 2016년 2위(1만2561원)였다. 온라인 중계 접속자수도 지난해 한화 경기(평균 약 12만8000명)가 상위 아홉 개를 휩쓸었다.


최동호 씨는 "칭찬이든 비판이든 한화 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고정 팬은 유지하겠지만 '전국구 구단'에 버금가던 인기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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