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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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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삼성 비서실로부터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서예 선생님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송천(松泉) 정하건 선생은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회장이 부득이 자리를 비우는 날에는 헛걸음 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연락해 달라는 것과 교통편 외에 일체의 조건은 개인지도를 받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겠다는 것.


스물다섯살 아래인 송천으로부터 7년간 매주 화요일 개인지도를 받았던 호암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고 한다. "서예 선생님을 구하고자 여러 선생님을 접촉했는데 모든 분들이 아무 조건도 없이 지도를 자청했지만 송천 선생만 조건을 내걸었고 그 조건이 아주 합당했습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회장의 제안에 대다수의 서예가들이 너무나 쉽게 아무 조건도 없이 수락을 했다는 것인데 어디 그 마음이 순수하기만 했겠는가. 속으로는 이를 통해 얻는 간접효과를 계산하고 있었을 지 모를 일이다. 호암은 이를 꿰뚫어 본 것이다. 뜻 맞는 선생님을 찾기란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이럴진대 하물며 인생의 멘토로 삼을만한 스승을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제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스승이 제자를 찾는 것은 구슬을 굴리며 바늘을 꿰는 것과 같고 제자가 스승을 만나는 것은 물 속에서 달을 붙잡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던가.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는 그래서 씁쓸하다. 20대 취업준비생들 96%가 '인생의 스승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가장 필요한 스승으로 명확한 상황 판단과 행동 지침을 알려주는 '등대형 스승'(54%)이나 미숙한 부분을 세심하게 도와주는 '도우미형 스승'(39%), 따뜻한 말투로 공감해주고 다독여주는 '위로형 스승'(34%)을 꼽았다. 하지만 정작 '스승이 있다'는 이들은 고작 33%에 불과했다.


반대로 교권침해는 여전하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침해 사례는 2만3574건에 달했다. 교권침해의 98%가 학생에 의해 발생했다는데 폭언ㆍ욕설(1만4775건)은 부지기수고 교사에 대한 폭행(461건)과 성희롱(459건)까지 빈번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교단에 선 선생님 절반(52%)이 "그만두고 싶다"고 설문조사에 답했다.


미래의 나를 낳게 해준다는 스승과 청출어람(靑出於藍)하려는 제자간 사제의 연이 그리운 것은 비단 오늘이 스승의 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동선 기획취재부장 matthew@asiae.co.kr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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