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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42] Chuck Berry - Rock it(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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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는 늙지 않는다

[서덕의 디스코피아 42] Chuck Berry - Rock it(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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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자체만 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앨범들이 가끔 있다. 척 베리가 그런 경우다. 보이저 호의 골든 레코드에도 자신의 음악을 실은 대중음악의 거인에 대해 무슨 말을 덧붙인들, 흔한 찬사를 추가하는 데 그치거나 그마저도 이미 있던 말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척 베리의 부고를 담담히 듣는다. 이 담담함은 아무래도 시간적 거리 탓이다(환갑도 되지 않은 조지 마이클 의 경우에 비해 척 베리의 경우엔 아흔이니 호상(好喪)으로 느껴지는 면도 분명 있다). 아직 불혹이 되지 않은 팝 애호가에게 그는 음악보단 명성이, 흑백영상이 더 익숙한 사람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앨범이 1979년에 발매된 《록 잇(Rock It)》이다. 이 앨범은 1980년대를 눈앞에 두고 만든 앨범임에도 스타일은 블루스가 가미된 원초적인 로큰롤, 1950년대의 리바이벌이다.

지금의 우리보다 당대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 앨범을 구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1970년대의 척 베리는 이미 전성기를 지난 뮤지션이었다. 더구나 디스코가 지배하던 1979년(그 해 최고 인기 싱글은 낵(Knack)의 ‘마이 샤로나(My Sharona)’였다)이었으니까.


하지만 록은 원래 젊은 음악이다. 로큰롤의 대부라면 더더욱 늙지 않는다. 《록 잇》은 50세가 넘어 발표한 앨범이지만 수록곡들의 에너지는 전성기와 닮았으며 로큰롤 특유의 원초적 일탈성이 그대로 담겼다. 앨범을 시작하는 ‘무브 잇(Move it)’, ‘오 왓 어 스릴(Oh What a Thrill)’과 군데군데 자리잡은 ‘이프 아이 워(If I Were)’ 등은 그 옛날 점잔 빼던 이들도 엉덩이를 흔들 때 들었을 음악의 표본이다. 하지만 ‘하우스 라이츠(House Lights)’나 ‘캘리포니아(California)’는 1950년대에 발표된 싱글이라고 해도 믿을 만하고, 블루스 곡인 ‘아이 니드 유 베이비(I Need You baby)’의 끈적끈적한 분위기는 앨범의 템포를 조절한다.

사운드 메이킹도 올드패션하다. 1970년대 후반임에도 이펙팅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기타 사운드도 그렇거니와 기타와 베이스, 드럼과 피아노로만 이뤄진 세션도 원초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단순한 구성이 만들어낸 재기발랄하고 활기찬 리듬과 펀치감 넘치는 멜로디는 척 베리 특유의 색채를 풍부히 드러내며 언제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


비록 ‘척 베리 베스트 앨범’ 등에 수록될 곡은 없지만 1950년대나 1960년대 초에 발표되었다면 틀림없이 히트했을 곡들이 포진했다. ‘로큰롤의 창시자’ 같은 거창한 칭호를 생각하지 않고 듣는다면 더욱 흥겹게 즐길만하다. 아마 척 베리도 그래주길 바랄 것 같다.


《록 잇》이 척 베리의 최신작이라는 설명은 곧 '과거형'이 된다. 2017년 6월, 38년 만에 나오는 새 앨범 《척(Chuck)》의 발매가 예고되어 있다.



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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