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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뜬눈 밤샌 미수습자 가족 "감사합니다, 다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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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내일까지 육상거치 완료…방역-세척작업 후 20여명 본격 수색…"드디어 올라왔다" 눈물·안도의 포옹…작업자 안전 당부·빠른 수습 호소

[르포]뜬눈 밤샌 미수습자 가족 "감사합니다, 다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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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91일째인 11일 중 세월호 육상 거치 작업이 마무리된다.

해양수산부는 10일 오전 긴급 회의를 갖고 모듈 트랜스포터(MT)를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현재 위치에서 세월호 선체를 받침대 위에 올리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 작업을 오는 11일 오전 9시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3년 간 바닷속에 있었고 수면위로 올라온 뒤 휘어짐 현상 등 일부 선체 변형이 일어나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르포]뜬눈 밤샌 미수습자 가족 "감사합니다, 다치지 마세요"


이후 방역과 세척 작업에 돌입하고, 작업이 끝나면 해양경찰, 소방요원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색팀이 본격적인 수색에 나선다. 또 유류품 등이 발견되면 해경,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30~40여명으로 구성된 신원확인팀이 신원확인을 한다. 침몰 지역에선 수중 수색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러나 이들은 눈앞에 다가온 가족을 찾는 것 보다 작업자들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화를 꼭 한 번이라도 안아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만 생각할 수 없어요.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잠수 작업 하시다가 돌아가신 분, 임무를 나오셨다가 헬기를 타고 돌아가다 사고가 나신 분, 그분들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더 이상 세월호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슬픔은 없어야 합니다.”


9일 오후 6시 40분 세월호가 목포신항 부두에 완전히 올라선 지 1시간여 만에 열린 미수습자 가족 기자회견에서 미수습자인 단원고 2학년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기자회견 종료 직전 마이크를 잡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화양의 부모 조남성ㆍ이금희씨,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ㆍ박은미씨, 권재근씨와 조카 혁규군의 가족인 권오복씨,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씨 등 6명은 “작업하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되 안전검사와 방역작업을 신속하게 해 달라”면서 “그리고 인력 기술 장비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미수습자 수습에 즉각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2014년 5월 세월호 수색 과정에서 민간인 잠수사 2명이 사망했고, 7월엔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 세월호가 안전하게 뭍으로 올라서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마침내 미소를 띠고, 눈물을 흘리는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6시쯤 부두 밖으로 나온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위로했다. 박은미씨는 “드디어 (세월호가) 한국 땅에 올라왔다”며 웃어 보였다. 이금희씨도 연신 전화를 하며 세월호 거치 소식을 알렸다. 또 “기분이 좋아 먼저 술 한 잔을 했다”는 한 미수습자 가족의 말에 “우리 빼놓고 먼저 한 잔 하셨어”라며 농담도 던졌다.

[르포]뜬눈 밤샌 미수습자 가족 "감사합니다, 다치지 마세요" 9일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세월호 선체 육상 거치 작업이 진행중이다.


유가족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후 8시 30분쯤 기자와 만난 단원고 희생자인 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는 “마침내 세월호가 땅 위에 올라서게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으로 사고원인이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작업자들 안 다치고 안전하게 작업해야지”라고 말한 뒤 연신 담배를 피웠다.

[르포]뜬눈 밤샌 미수습자 가족 "감사합니다, 다치지 마세요"


국민들도 세월호의 새로운 시작을 지켜봤다. 추모객 임시주차장과 목포신항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평일엔 대형버스 2대가 운영되는데 이날은 4대를 총동원한 것도 모자라 25인승 중형버스까지 투입해 추모객들을 실어 날랐다. 종친회 40여명을 이끌고 목포신항을 찾은 이순범(70)씨는 “9명 모두 얼른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야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노란리본에 ‘얼른 나오시오’라고 적었다며 다른 종친들에게 들고 있던 노란리본을 나눠주며 메시지를 적으라고 권유했다. 목포신항을 둘러싼 약 400m의 철조망에는 수 만개의 노란리본이 나부꼈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 중 일부는 목포신항에 남아 선체조사위의 활동과 해수부의 수습 작업을 지켜 볼 예정이다. 항만 안에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지내는 컨테이너 5대 설치돼 있다. 철조망 밖에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휴식처, 기도실, 법당, 유가족 컨테이너 3대 등 총 9대의 컨테이너가 세월호를 바라보고 서 있다.




목포=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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