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 외국인 가드 키퍼 사익스(24)의 몸에는 문신이 있다.
그의 오른팔에 있는 '제임스'는 아버지의 이름. 등에는 아버지의 생일연도, 사망연도가 있다. 사익스는 열일곱 살 때 아버지 제임스 사익스를 여의었다. 아버지의 당시 나이는 쉰다섯이었다.
사익스는 "나를 키워주시고 운동, 기본을 가르쳐 주신 아버지는 인생의 멘토였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아버지 없이 혼자 농구하고 생활하고 있는 것도 내 도전의 일부다. 항상 경기를 할 때 아버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사익스는 한국 도전 첫 해 정규리그 우승을 맛봤다. 그가 뛴 KGC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사익스는 "올해는 KBL 20주년이기도 하고 한 시즌이 내게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사익스는 지난 1월말 팀에서 퇴출 위기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남았다. 사익스는 "처음에 퇴출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아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경기장에서 열심히 보여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가슴이 아팠지만 표출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공식 인터뷰에서도 '괜찮다'고 했었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이 쌓이면 플레이가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멀리 했다"고 했다.
사익스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정규리그 우승을 함으로써 이전의 모든 이들을 잊어버리게 됐다"고 했다.
사익스는 "한국 생활을 최대한 즐기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쉬는 날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과 놀기도 한다. 사우나도 가 봤고 마사지를 받는다든가 요가도 한다"고 했다. 한국 과자도 곧잘 잘 먹는다. 인터뷰한 날 그는 S감자칩 간장치킨맛을 사오기도 했다. 자기 개발 시간도 있다. 사익스는 "체육관에 가서 슛 연습도 많이 한다. 쉴 때는 쉬지만 내게 투자를 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사이먼(KGC), 마리오 리틀(LG)이 사익스의 한국 적응을 많이 도왔다. 둘은 모두 사익스와 같은 시카고 출신이다. 사이먼은 팀에서, 리틀은 밖에서 사익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사익스는 "사이먼과 농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는 나보다 더 프로 생활을 오래했다"면서 "리틀은 지난해 KGC에서 뛰어본 경험을 내게 알려준다. 팀의 시스템이나 농구 외적인 부분도 많이 조언해준다"고 했다.
사익스는 KGC와 함께 10일부터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 4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한다. 사익스는 4강을 넘어 통합 우승을 원한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나와 함께 KGC가 또 다른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KGC에서 더 뛸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다. 사익스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가족, 에이전트, 팀과 상의를 해봐야 할 문제다"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