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꿈은 화려하지만 현실은 아직…'
17일 제주에서 개막한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전기차 산업의 설익은 현주소를 보여준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하게 되는 선물보따리처럼.
이번 엑스포는 개막 전부터 잡음이 오갔다. 현대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이 참가했지만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불참하면서 '반쪽 행사' '동네 엑스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엑스포 주제가 전기차로 한정돼 있어서 매년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아직 전시장을 채울 만큼 기업 여건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기대를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냉정한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그의 표정에서 테슬라의 요란스러움이 교차했다. 지난 15일 스타필드하남에 문을 연 미국 전기차 테슬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1호 고객으로 내세우며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매장 오픈은 그럭저럭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테슬라가 국내에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테슬라가 판매하는 전기차 모델S 90D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78km. 문제는 충전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독자적인 급속충전기(슈퍼 차저)를 이용하는데 서울 광화문과 삼성동 2곳 밖에 없다. 완전충전까지 7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테슬라는 독자적인 방식 외에 'AC 3상'의 충전 방식도 채택했다. 하지만 호환성 문제로 시간은 더 걸린다. 그마저도 전국에 위치한 1300여곳의 전기차 충전소 가운데 180여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슈퍼 차저 없이 완속 충전하면 완충까지 무려 14시간이나 걸린다. 충전시간이 길다보니 보조금도 지원이 안된다. 환경부 고시인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환경부는 10시간 내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테슬라 모델S 90D의 판매가격은 1억2100만원. 테슬라를 '부자들의 장난감'이라고 꼬집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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