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분양권 시장 모두 위축
거래량·가격 동반 하락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부동산 과열을 잡겠다는 대책이 나오면 일시적 관망세를 보이다 회복되는 분위기였는데 11·3대책의 타격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네요. 앞서 나온 8·25 대책 때 처럼 금세 분위기가 바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회복될 기미조차 안 보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S공인중개업소)
"당연히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시장이 바뀌어야죠. 작년 수백대 1의 청약 경쟁률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분양시장이 과열됐단 증거죠. 하지만 금리도 오르고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으니 그냥 놔뒀어도 자연스럽게 열기가 식었을 텐데 …. 지금은 매수심리가 완전 꽁꽁 얼어붙었어요."(강남구 개포동 H공인중개업소)
강남4구가 시장의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11·3대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분양권 시장 뿐 아니라 재건축 단지 모두 거래량과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4구의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석달간 분양권 거래량은 268건. 전년 같은 기간(253건)보다 5.9%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 전체적으론 12.4%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분양권전매제한이 시행된 강남4의 거래량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올 1월만 놓고 보면 강남4구 분양 시장의 매수심리 위축이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울은 383건으로 전달보다 11.8% 줄어든데 반해 강남4구는 46.2%나 줄었다.
11·3대책 이후 실제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11월 18.45대 1에서 12월 7.48대1로 감소했다. 올 1월에도 6.49대 1을 기록하며 2달 연속 10대 1을 넘지 못했다. 1월은 통상 비수기로 꼽히지만 1년 전인 지난해 1월(9.61대1)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분양권시장 뿐 아니라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도 위축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기존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3590건(분양·입주권 제외)으로 앞서 1년 전 같은 기간(2015년11월~2016년1월)에 견줘 14% 가량 줄어들었다. 이 기간 서울 내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가 6% 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강남지역의 거래감소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초구 반포동의 경우 대책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121건이 거래됐지만 올 1월 38건으로 뚝 떨어졌다.
거래량 급감은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3차 전용 150㎡의 매매가는 22억원이었지만 올해 1월 매매가는 20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3개월 새 1억5000만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구현대 3차 전용 82㎡도 같은 기간 16억2500만원에서 15억7500만원으로 낮아졌다. 송파구의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매매가도 이 기간 15억2000만원에서 13억7500만원으로 변동됐다. 11·3 대책 직전과 직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많게는 1억5000만원, 적게는 5000만원이 하락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1 ·3대책의 목적인 과열된 시장 진정에는 성공했지만 필요 이상의 위축을 불러왔다"며 "실수요와 투자수요 모두를 관망세로 돌아서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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