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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바이에른의 황제 회네스, '금단의 폭탄'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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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에서 독일어만 사용하라” - 슈포트빌트 인터뷰 통해 독일어 전용 논란에 불 댕겨

[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바이에른의 황제 회네스, '금단의 폭탄'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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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회장은 분데스리가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꼽힌다. 그가 지난 5일(한국시간) 독일 스포츠 매체 슈포트빌트(Sport Bild)와의 인터뷰에서 ‘폭탄’을 던졌다. 뮌헨 선수들의 독일어 사용 의무화를 강조한 것이다. 회네스 회장은 현재 뮌헨의 라커룸에서 독일어 외의 언어들이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뮌헨 선수들의 체계적인 독일어 학습과 독일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유도하기 위해 총괄 매니저를 고용하는 등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나아가 앞으로 뮌헨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오직 독일어로만 의사소통을 해야 하며 독일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인터뷰가 언론에 공개된 뒤 독일 축구계에서는 분데스리가 선수들이 독일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축구장에서 독일어 전용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격돌했다.


▶왜 독일어를 해야 하는가?
회네스 회장이 선수들의 독일어 공부를 강조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라커룸 안에서 여러 언어가 뒤엉키면 팀이 하나가 될 수 없고 언어에 따라 소그룹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단일한 소통수단은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 팀에 적응해 오랫동안 주축선수로 남기 위해서는 언어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는 입단 초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프랭크 리베리가 독일어를 배우면서 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팀의 주축 선수로 오랫동안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네스 회장은 뮌헨을 맡은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최근 모든 인터뷰를 독일어로 하는 등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 데 감동했다며 독일어를 배우고자 하는 그의 태도와 의지를 극찬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수 토마스 뮐러도 회네스 회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뮐러는 “외국인 선수들이 독일어를 익히면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클럽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클럽과 견고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많은 분데스리가 팀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빠른 리그 및 팀 적응을 위해 독일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RB 라이프치히는 6개 국어를 사용하는 독일어 강사를 채용해 일주일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다섯 번 강도 높은 독일어 강의를 하고 있다. 선수들은 강의를 들은 뒤에 복습을 위해 숙제를 해야 한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도 선수들의 독일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주일에 세 시간을 의무적인 독일어 학습시간으로 정했으며 수준에 따라 반을 짜서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의 최종 목표는 자연스런 ‘독일어 인터뷰’다. 이처럼 거의 모든 분데스리가 팀들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독일어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있다.

▶축구 자체가 언어 아닌가
회네스 회장의 주장을 반대하는 논리는 대략 두 가지다. 첫째, 글로벌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의 독일어 강요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뮌헨은 세계적인 축구 클럽으로서 11개국에서 모인 선수들을 보유했고, 세계 팬들을 위해 여덟 가지 언어로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구단에서 어떻게 독일어를 쓰지 않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느냐는 비판이다. 세계시장을 두드리는 뮌헨 입장에서 회네스 회장의 주장은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언어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클럽을 세계 팬들이 얼마나 환영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를 원하는 뮌헨이라면 클럽의 공용어를 독일어가 아닌 ‘세계의 언어’ 영어로 선택했다면 좀 더 이치에 맞았을 것이다. 회네스 회장의 주장은 독일 팬들의 인기만 생각한 특유의 포퓰리즘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두 번째 반대 이유는 독일어가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하기 위한 절대 조건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데 의사소통 문제가 없다면 라커룸에서 독일어만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여러 리그를 옮겨 다니는 축구선수들이 언어 때문에 지나치게 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회네스 회장의 주장은 세계 정상급 축구선수들을 초등학생 취급하며 독일어 공부를 강요하고 있기에 적절치 않다.



구자철과 지동원이 속한 FC 아우크스부르크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같은 구단은 선수들에게 독일어 공부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독일 언론은 구자철을 독일어를 매우 잘 하는 외국인 선수로, 일본의 가가와 신지는 독일어를 배우지 않는 선수로 평가한다. 사실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의 독일어 능력은 구단의 노력 못지않게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또한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헤르타 베를린 구단의 경우 브라질, 일본, 노르웨이 등에서 온 선수들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등 각자 편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도 끈끈한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외국인 선수들 중에는 독일어를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한 선수들도 즐비하다. 즉, 독일어 실력과 분데스리가에서의 성공은 비례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독일어 실력과 관련된 논란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이야기다. 축구 경기를 단순히 90분짜리 스포츠 쇼로 생각하기보다 장면 하나하나를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독일의 축구 팬들은 선수들의 입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주말 분데스리가 경기가 끝나고 시작되는 경기 분석 및 선수 초청 프로그램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팬들은 자국 선수들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선수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한다. 그들의 독일어가 비록 ‘브로큰 도이치(Deutsch)’라 할지라도 선수들의 성의와 태도에 감사할 줄 알며 큰 감동을 느낀다. 여론을 움직일 줄 아는 회네스 회장이 이런 독일 축구팬들의 바람을 이용해 새해 초부터 ‘여우같은’ 언론 플레이를 했는지, 독일어 전용이 그가 바라는 성과로 이어지리라 확신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확실한 사실은 분데스리가에 외국인 선수가 많아질수록 그들의 독일어 실력은 자주 논란거리가 되리라는 점이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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