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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백척간두' 한국경제…계약이론이 던지는 숙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5초

기업 지배구조 개선·구조조정에 적용하면

[노벨경제학상]'백척간두' 한국경제…계약이론이 던지는 숙제 일반적인 노벨상 메달(왼쪽)과 노벨 경제학상 메달(오른쪽). 메달 앞면에 양각된 알프레드 노벨 모습이 다르다. 또 노벨 경제학상 메달에는 상금을 주는 곳이 스웨덴 중앙은행(다른 부문 노벨상은 노벨 재단에서 지급)임이 명시돼 있다.(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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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백척간두' 한국경제…계약이론이 던지는 숙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왼쪽)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재벌 총수들이 1%에도 못 미치는 지분율로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나라'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지연되는 기업 구조조정'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올리버 하트(68·영국)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67·핀란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주창한 '계약이론'(contract theory)은 현재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10일(현지시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뒤 미국 보스턴 MIT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족경영에서 투명성이 보장돼야 주주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과 책임경영 차원에서 창업자나 오너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지만,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며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등 일련의 사건으로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어떻게 잘 통제해 대주주 이해관계와 일치시킬지' 연구하는 계약이론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 한다.


1980년대 후반 예일대에서 홀름스트룀 교수 지도 하에 계약이론에 관한 경제학 박사 논문을 쓴 전성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약이론상 주요 통제 대상이 서구에서 CEO라면 우리나라에선 소유주 일가가 된다"면서 "CEO보다 더 상위에서 계약 매커니즘,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한국 기업 소유주 일가의 경우 자신들의 목적을 대주주에 맞추려 노력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백척간두' 한국경제…계약이론이 던지는 숙제 삼성그룹 지배구조(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규모 상위 40대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10대 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 지분율은 평균 0.11%로 1년 전(0.25%)보다 0.14%포인트 낮아졌다. 총수를 포함한 일가족이 보유한 지분율도 1년 새 0.42%포인트 떨어져 0.31%에 그쳤다. 4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수 지분율은 평균 0.08%, 일가족 지분율은 0.15%로 더 떨어진다. 재벌 총수 대부분이 여전히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적은 지분으로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 교수는 "소유주 일가의 이해관계를 일반 주주와 일치시키는 계약 장치를 결국 마련하지 못할 때 시장 실패가 발생한다"며 "이런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규제 등이 계약이론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약이론은 기업 구조조정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의 해운·조선·석유화학·철강·건설 등 5개 취약업종 구조조정 계획은 그동안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을 허비해왔다. 정부가 기업 퇴출, 합병 등 과감한 실행을 주저하는 사이 늘어난 '좀비 기업'(영업해 번 돈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 기업)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 보도자료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을 향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에 막대한 금융을 제공해왔다"며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정상기업의 고용증가율과 투자율을 낮춰 전체 경제의 역동성을 저하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2014년 2학기 연세대에서 하트 교수와 공동으로 '계약과 조직이론'을 강의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즉 계약을 어떤 식으로 맺는 게 바람직한지를 계약이론의 틀에서 논의해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계약 체결이 가능한 부분, 불가능한 부분을 나눠 처리 방안을 모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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