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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9>암세포와 면역세포의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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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9>암세포와 면역세포의 힘겨루기 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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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는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본래의 기능은 하지 않으면서 주위에서 영양분을 빼앗아 무한증식하는 조폭과 같은 존재인데, 태어나는 순간부터 면역세포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암세포는 매일 만들어지지만 면역세포인 T세포와 NK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거의 소멸되므로 암환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면역세포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암세포는 성장하는데, 5년 내지 10년 정도 지나면 10억 개 정도로 늘어나며 길이가 1cm, 무게가 1g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진기술의 발전으로 이때쯤 발견되기도 하지만, 훨씬 커진 뒤 몸에 이상을 느껴 정밀검사로 발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한 번 암에 걸리면 암세포가 계속 커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면역력이 암세포보다 약해지면 암은 커지고, 면역력이 암세포보다 강해지면 암은 작아지기 때문에 면역력의 강약에 따라 암세포는 계속 커질 수도 있고, 작아져서 소멸될 수도 있다. 면역력은 우리의 생활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암세포는 커지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할 수도 있으며, 두 힘이 균형을 이루면 암세포의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


면역력이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할 정도로 강하지도 못하고, 암세포가 성장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을 용인할 정도로 약하지도 않아서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공존하는 상태를 암-면역 균형(cancer-immune equilibrium)이라 한다. 이러한 균형 상태가 오랜 지속되면 암세포가 몸에 있는 상태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장수도 가능하며, 암 환자가 다른 이유로 죽은 다음에 암 환자였음이 밝혀질 수도 있다.

암세포와 면역력의 관계를 이해하면 암에 걸렸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알 수 있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일시적으로는 암세포를 작아지게 하여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암환자의 약한 면역력을 더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암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항암 치료는 면역세포를 직접 죽이기도 하지만, 면역세포가 만들어지는 골수를 손상시켜 면역력의 회복을 어렵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이 속담처럼 주변에서 암 수술이나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나서 암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가 암이 재발되면서 급격히 악화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약해진 면역력 때문에 암세포가 빠르게 성장하므로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이다.


면역세포의 중요성이 확인되고 나서 요법으로 면역력을 높이려는 치료를 흔히 볼 수 있다. 환자의 몸에서 피를 뽑아 원심분리기로 면역세포를 분리한 다음, 이를 배양하여 면역세포의 숫자를 늘려 다시 환자의 몸속에 넣어 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기존의 치료방법에 비하여 부작용은 크지 않지만, 면역시스템을 원천적으로 복구하는 방법이 아니므로 치유되기가 쉽지 않으며, 효과도 제한적이다. 더구나 환자를 매우 힘들게 하며, 비용도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생활습관, 즉 생명스위치를 켜는 "뉴스타트" 생활을 하는 것이 느려 보이지만, 암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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