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특사]김승연·최재원은 또 제외…"경영활동 제약"

등기이사 복귀 등 기약없이 연기
재계 "경제살리기 당초 취지 크게 퇴색" 불만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12일 단행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빠지자 재계는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사면 복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등기이사 복귀 등 책임 경영 활동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통 큰 사면'을 기대했었다"며 "이재현 CJ 회장의 사면 복권은 반가운 일이지만 김 회장과 최 부회장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재계는 기업인 특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 대해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경영 사태를 비롯해 일부 대기업 오너들의 일탈이 이어지면서 기업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왼쪽부터)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힐 기회도 미뤄지게 됐다. 재계에선 광복절 특사를 통해 사면ㆍ복권이 되면 법적 제약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워져 한화그룹이 국내외 투자를 더욱 활발하게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2014년 2월 징역 3년6개월형을 확정받은 후 3년3개월간 수감생활을 해 사면 취지에도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받아들여져 왔다. 지난해에도 사면 대상자로 거론됐지만 '가족 복수 사면 불가' 원칙에 따라 형인 최태원 회장만 풀려났다. 그는 지난달 말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사면 대상에는 빠지면서 상법상 최소 2년 간 회사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최 부회장은 수감 전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총괄해왔다.

책임경영 논란도 반복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2014년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그해 말부터 사실상 경영을 총괄해왔지만 법적인 제약 때문에 대표이사(등기이사)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결정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가 장기간 이어질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2019년 집행유예 종료 후 2년 뒤인 2021년까지 등기이사에 오를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신사업 결정이나 투자 등을 결정하기 위해선 그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에 공식 직함이 없는 상황에서는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