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영남, 관행과 위법 사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1초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법원이 '관행'과 '위법'을 판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71)의 대작(代作) 논란 얘기다.


16일 춘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이 법원 속초지원은 지난 15일 조씨의 사기 혐의 사건을 형사단독 재판부에 배당하고 심리를 시작했다.

조씨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조수'로 불리는 대작 화가들에게 한 점당 10만원씩 주고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게 한 다음 덧칠 등의 작업으로 완성한 뒤 이를 팔아 1억8000여만원을 벌었는데, 이는 남이 그린 그림을 자신의 이름으로 판 것이니 사기죄로 처벌해달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이 대작한 그림을 자기 이름으로 판매한 행위에 사기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기죄의 구성 요소는 속인 행위, 이 행위의 고의성, 이에 따른 피해의 존재 여부다.


따라서 조씨를 처벌하려면 '조씨가 고의로 남의 그림을 자기 그림인 것처럼 속여 대중에 팔았다'는 전제가 입증 또는 인정돼야 한다.


조씨는 "미술계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다툼의 여지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법원 입장에선 조씨가 말하는 관행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이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 지를 짚어볼 수밖에 없다.


조씨 측은 법원을 설득하기 위해 미술계 인사들의 증언과 각종 증거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또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의 증언이나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에선 이미 갑론을박이 뜨겁다.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11개 미술단체는 최근 "대작을 관행이라고 주장해 전체 미술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조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조씨가 말한 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 주장의 전제다.


이런 입장에 대해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대작 관행은 미술계의 암묵적 합의"라면서 "일반인들이 모르고 언론이 모르고 사법부가 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수를 5명씩, 심지어 10명씩 두는 유명 화가도 있다"면서 "장르를 막론하고 관행이 존재하는데, 이는 갤러리나 아트 딜러들도 잘 아는 일이다. 이 문제가 사법부로 간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법원이 유죄 판결을 하면 불특정 다수의 작가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