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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향한 그리움·토룡기우제…유망 작가 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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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리움, 5월 12일~8월 7일까지 '아트스펙트럼'展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아버지 향한 그리움·토룡기우제…유망 작가 그룹전 안동일, '우리의 팔도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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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과 청와대, 대한적십자사 건물, 조선소와 제철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장, 수출 '35억불 달성' 목표, 도로 위 자동차와 버스, 지하철, 백두산과 금강산…. 1960~70년대 발행된 기념우표에 등장하는 도상들을 취사선택해 300호 크기의 대형 캔버스에 재구성한 그림, 안동일 작가의 신작 '우리의 팔도강산'이다. 작가는 작고한 아버지가 젊은 시절을 보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윗세대와의 대화를 시도한 작업이다. 기념우표과 함께 작가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간 민족의식을 북돋기 위해 제작된 동상들에 주목했다. 여기에는 동상의 주인공에 관한 일화와 업적이 모아진 동상문이 있는데, 이를 사진으로 찍어 배열했다. 작가는 "어릴 적 아버지는 권위와 강압적인 이미지였는데 시간이 지나 병들고 나약한 모습을 보게 됐다.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내가 아버지가 돼야 할 나이가 됐다. 가족을 꾸릴 생각에 책임감이 든다"며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 그 시절을 이해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버지 향한 그리움·토룡기우제…유망 작가 그룹전 백정기 '악해독단'

거대한 벽돌기념비와 지렁이 상이 올려진 제단, 수묵화로 그려진 느티나무와 전선으로 이어진 라디오. 이 작품은 '악해독단(嶽海瀆壇)'이라는 사라진 기우제단의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다. 작가 백정기의 작품이다. 작가는 과학과 주술, 물질과 정신의 틈을 메우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분법적 사고로 분열된 사회를 메마른 대지로 상정하고, 이를 해소해 줄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작품은 서울 용산의 옛 미군기지 내 바비큐 그릴 바침으로 쓰이고 있던 기우제단을 모티브로 전통의 단절과 역사의 상처를 작품에 표현했다. 기념비 사이사이 바셀린으로 메워 치유를 상징하면서도, 그 옆에는 작가만의 주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토룡기우제'를 재현하고 있다. 토룡기우제는 중국에서 지렁이인 토룡을 용신에 바치며 비를 내려달라고 빌었던 의식에서 유래한다. 조선시대 왕들이 무당에게 흙으로 만든 용 앞에서 비를 기원하는 토룡기우제를 지냈다.



아버지 향한 그리움·토룡기우제…유망 작가 그룹전 최해리 '무중력설죽하매한란사방위'

조선 말 화가 조석진의 '화조영모도'와 부채 그림 속 '사군자'. 오래된 그림에는 빛바랜 비단과 유려한 먹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데 그 옆에 언뜻 보면 옛 그림이라고 무심코 지나칠 복제품이 있다. 최해리 작가가 허목의 '월야삼청'을 모사한 작품이다. 함께 내놓은 작품의 이름은 '무중력설죽하매한란사방위'. 중력과 계절을 무시하고 사방으로 피어나는 사계절의 사군자를 그린 최 작가의 작품이다. 전통회화의 방식대로 작품 내용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눈 속의 나무, 여름의 매화, 추위 속의 난초'라는 내용은 기존 사군자의 계절과 어긋난다. 이렇듯 작가는 전통 회화의 요소를 빌려와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하고 비트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미리 가 본 '아트스펙트럼' 전시의 작품들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격년제로 진행하는 아트스펙트럼 전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한국 작가들을 선정해 국내외에 소개하고자 여는 기획전이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 10명의 작품들은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매체를 사용해 개인적인 서사부터 한국의 근현대사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한국 고미술을 출발점으로 삼거나 통계와 그래픽 디자인을 접목하고, 시각이 아닌 청각에 집중하기도 한다.


선정 작가는 김영은(‘80년생, 사운드 설치), 박경근(‘78년생, 영상), 박민하(‘85년생, 영상/설치), 백정기(‘81년생, 설치), 안동일(‘83년생, 회화/사진), 옥인 콜렉티브(설치), 옵티컬 레이스(설치), 이호인(‘80년생, 회화), 제인 진 카이젠(‘80년생, 영상/설치), 최해리(‘78년생, 회화/영상/설치) 등이다.


지금까지 아트스펙트럼 전시를 거쳐간 작가들에는 이형구(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문경원(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김성환(2013년 테이트모던 더탱크 커미션), 김아영(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초청작가) 등 48명이 있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 02-2014-6901.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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