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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에 대나무, 탄피까지…기표용구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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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기표 도구는 구멍이 크고 확실한 붓대, 탄피 등을 쓰되, 필터, 솜 등으로 막혀 무효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할 것.'


1967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거를 총괄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시한 내용이다.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면 이를 완성하기 위한 주요 도구 중 하나가 기표용구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해인 1948년부터 올해까지 우리 국민은 총 58번의 선거와 6번의 국민투표를 치르며 다양한 기표 용구를 접해왔다.


1948년 선거 시작부터 1970년대까지는 붓대나 가는 대나무를 잘라 기표용구로 사용했다. 심지어 강원도나 경기지역에서는 총알 탄피의 둥근 부분을 이용해 기표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 플라스틱 볼펜이 보편화되면서 지역에 따라 볼펜 자루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명확히 정해진 규정이 없어 지역마다 쓰이는 도구가 달랐다. 인주를 묻혀 투표용지에 찍었을 때 원형(○) 표시가 나타나는 도구면 기표가 가능했다.


1985년부터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용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형(○)의 기표 표시는 투표용지를 접으면서 다른 곳에 인주가 묻으면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형 안에 다른 모양을 넣은 새로운 기표용구가 사용된 이유다.


1992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안에 사람 인(人)자의 표식이 들어갔다.


1994년부터는 사람 인(人)자 대신 점 복(卜)자가 사용된 기표용구가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한자로 '복(卜)'자는 '점치다'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문자적으로 볼 때 점 복(卜)자의 한자는 대칭으로 찍혔을 때 구분할 수 있다. 무효 표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한자인 셈이다.


2005년에는 인주가 필요 없는 만년도장식 기표용구가 개발돼 쓰이고 있다. 역시 인주가 다른 칸에 묻어나 무효표 처리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이 기표용구는 5000번 가량 찍을 수 있다.


현재 기표용구 사업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2012년에는 모나미가, 올해에는 스탬프 전문기업 그린피앤에스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일반형 기표용구 9만개, 스탬프 1만개, 특수형 기표보조용구 3만 세트 등을 제작해 공급했다. 또 사지장애가 있어 투표가 힘든 유권자를 위한 입으로 투표하는 마우스피스형과 팔목에 부착하는 팔목활용형 2가지도 공급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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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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