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제16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열어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례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피해 기업이 보복이 겁나 고발을 꺼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바람직한 조치다. 정부는 시행 경과를 봐가며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중기 기술보호 장치를 탄탄하게 구축하기 바란다. 중소기업도 기술보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악의적인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외에 벌금액을 기존보다 10배로 대폭 올리며 기술탈취자의 증거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고등법원에서 기술유출사건을 집중해 신속하게 진행하는 '집중심리제' 도입과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을 키우는 정책지원도 들어 있다. 처벌을 강화하고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사전예방 효과와 사후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대기업의 중기 기술탈취는 해묵은 일로 이번 대책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10년 이후 6년간 경찰에 적발된 기술유출 사건 570건 중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건의 비율이 85%에 이른다. 품질관리 명목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그 기술로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다 적발된 대기업 L사는 전형적인 사례다. 고액연봉을 미끼로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해 기술을 취득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기업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ㆍ현직 임직원과 공동연구를 하는 대학교수나 업무제휴 기업 등도 기술을 빼돌렸다.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개발(R&D)을 하느니 기술을 빼오는 것이 낫다는 인식, 내부 정보를 팔아 한몫 잡으려는 중소기업 임직원의 비윤리성이 이런 범죄를 도왔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쉬쉬하면서 공론화를 꺼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중소기업 400곳을 조사한 결과 기술탈취 등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알린 기업은 3.8%에 그쳤다. 대기업 보복이 두렵고 긴 송사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종합대책이 대기업의 횡포 등을 차단할 계기가 될지는 정부의 신속하고도 엄정한 법집행과 후속조치에 달려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건실한 성장, 대ㆍ중소기업 상생 경제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유출 범죄를 발본색원하길 바란다. 정부나 중소기업이 잊어선 안 될 것은 기술유출의 예방과 사전차단이 강한 처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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