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위안화 약세로 지난해 중국 상장기업들이 8조원에 넘는 환손실을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 980개 상장사의 실적보고서를 분석해 작년 한해 동안 이들 기업이 모두 487억위안(약 8조7173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4년 손실액의 13배에 달하는 것이다. 환율 손실 때문에 이들 상장사의 지난해 총순익은 11%가 줄어든 7892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가 작년 8월 위안화를 큰 폭으로 깜짝 절하했고 경기둔화에 따른 자본이탈 등이 겹치면서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4.5% 떨어졌다. 이는 1994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부문별로 피해가 가장 컸던 업종은 항공사들로 작년 한해 동안 179억위안의 환차손이 항공업계에서 발생했다. 이는 1년 전의 20배에 달하는 것이다. 달러 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 부동산업계도 충격이 컸다. 이들이 지난해 입은 환차손은 119억위안에 달했다. 이어서 원유·가스 및 광산기업들 순을 기록했다.
달러 약세 속에 위안화 가치는 최근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바스켓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시개입을 통해 위안화 지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투자은행들은 위안화가 올해에도 꾸준히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외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위안화 가치는 연말까지 3.3%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시티그룹은 내년까지 7% 하락을 전망했다.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빚이 많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ANZ은행의 레이먼드 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은 1년 전부터 환율 리스크를 대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헤지에 나선 것은 지난 8월 이후"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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