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수익원 비중 꾸준히 감소…IT 정보사업 등 종합플랫폼으로 거듭나야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글로벌 거래소가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 역시 지주회사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 IT 정보사업을 비롯해 후선 인프라 경쟁력을 제고 하고 장외시장 투자수요를 장내 인프라로 유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 거래소가 최근 지주회사 체제가 지연되며 사업 다각화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으나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모험자본 활성화와 노후소득 증대라는 자본시장의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자본시장 종합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산업의 발전방향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IT 정보회사 전환, 장내파생상품 중개와 장외파생상품 청산 등 후선 인프라 경쟁력 강화, 장외 비상장주식으로 거래시장 범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선진국 거래소들의 주식상장과 중개수익 등 전통적인 수익의 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ICE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장과 거래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사업은 파생상품 중개와 정산 및 결제 수익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이어 IT 정보사업 수익이 29%로 두 번째다. 2010년에 만해도 65%를 차지했던 상장과 거래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5년 만에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런던증권거래소(LSE)그룹 역시 2015년 말 기준 주식상장 및 거래 수수료 비중은 전체 수익의 25%로 2010년 48%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LSE그룹은 FTSE 지수사업으로 IT정보사업 부문의 수익 비중이 46%에 달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거래소들의 사업 다각화 전력은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ICE, LSE,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연간 순이익은 5000억~1조원으로 기록하며 연평균 10~20%의 이익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거래소의 사업별 수익비중의 변화는 다양한 대체거래플랫폼이 정규시장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대체거래플랫폼이 기존 거래소보다 더 빠른 주문 체결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낮은 수수료를 부과해 기존의 서비스로는 살아남기 어려웠다.
아울러 기업공개(IPO) 부문 역시 대규모 자본조달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주는 대신 적은 자본과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 투자수요가 늘면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이 연구위원은 "사모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JOBS법 제정 이후 크라우드펀딩 등 소액공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비상장주식의 중개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장외 거래 플랫폼도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 거래소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지주회사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지수회사는 신사업 발굴 등을 주도적으로 제시할 수 있고 자회사는 인수합병을 추진해 사업 다각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주식거래소, 파생상품거래소, 청산결제회사 등 주요 자회사들이 해당 사업 영역에 집중할 수 있고 자회사별 수익과 비용 구조가 명확히 제시돼 성과보상 체계를 기초로 자회사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나아가 IT 기술을 보유한 코스콤과 자회사들 사이의 시너지도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내파생상품 중개와 장외파생상품 청산·결제 인프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주식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자산의 변동성 위험이 커져 위험관리와 시세차익 목적의 장내외 파생상품 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거래소들의 장내파생상품 중개와 장외파생상품 청산·결제 등의 수익은 주식발행과 중개수익을 크게 뛰어넘는다"며 "반면 한국거래소는 주식발행과 중개수익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선물과 옵션의 대표상품의 거래 위축으로 경쟁 거래소 대비 성장성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 위축은 국제수준에 비해 규제가 강화된 탓이 크다"며 "적격개인투자자 제도,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도입 등 주요 규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낮추고 파생상품 공급과 관련한 거래소의 자율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장외시장으로 거래시장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나아가 대체거래플랫폼 사이의 경쟁을 통해 사적 자본시장의 혁신을 유도하고, 장외 주가연계증권(ELS)보다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손실위험이 낮은 중위험 중수익 기반의 소매구조화상품을 장내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체거래플랫폼의 거래대상 증권을 상장주식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한국 외에는 찾기 어렵고 장외주식 양도와 거래시 세율이 장내주식에 비해 높아 장외 유통시장 활성화에 제약이 있다"며 "미국의 사례처럼 비상장기업 우리사주 유통 플랫폼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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