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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절벽에 선 한국]가계 빚이 늙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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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가계 부채가 급증세를 이어가며 작년 말 기준으로 12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사상 최대규모인 122조원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작년 4분기에만 18조원이 늘었는데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라고도 합니다.

[빚 절벽에 선 한국]가계 빚이 늙어가고 있다 (자료제공=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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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에 대해 '빚의 안정성'을 강조합니다.


대체로 근거는 이렇습니다.

연체율이 낮고 80%가 주택을 구입하는데 쓰였으며 부채 뿐 아니라 자산도 늘어난데다 비교적 여유있는 계층의 대출이 상당수를 차지했다는 겁니다.


부정하고 싶지 않고 120% 인정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네요.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빚이 사람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가계부채의 총량을 기준으로 50대 이상의 중고령층 비중은 2004년 41%에서 2014년에는 53%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2015년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봐도 60세 이상 가구주의 부채는 47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8.6% 급증했습니다.


오히려 30~39세에서는 1.3%, 30세 미만에서는 1.7% 증가율에 그쳐 젊은 층의 빚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빚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갚을 수 있을까요? 또 이들은 금융자산보다 부채비율이 높아 단기적인 부채상환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겠죠.


빚은 사람과 함께 급속도로 늙어갈 겁니다. 무려 400조원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고 이 빚은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대출입니다.


그런데 1955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약 900만명의 베이비 붐 세대가 노인(65살)이 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 2030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부양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노인부양비는 15~64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대비 65살 이상 인구의 비중을 일컫는데요, 2015년 현재 17.9%에 이르는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2020년에는 처음으로 20%를 돌파해 22.2%가량 이르고, 2030년에는 38% 가량으로 껑충 뛰는 것으로 예측됩니다.(보건복지부 추정)


이같은 노인부양비는 스웨덴(37%), 영국(35%), 미국(33.8%)을 앞지른 수준입니다.


채무자들이 빠르게 늙어가니 지금 청년, 또는 중년층이 지고 있는 빚도 같이 노령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작년에 가계는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져 금융취약층으로 분류되는 다중채무자는 353만명으로 한국은행이 추정했습니다.


특히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아 금융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158만가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급격한 경기호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작지 않은 채무자들은 빚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고, 향후 채무상환 부담이 경제 전체 운용에서 큰 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JP모건 등 해외투자은행(IB)들은 한국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가계부채를 꼽고 있습니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고 안전지대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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