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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뿔났다]"호모인턴스 싫으면 노오오력하세요" 신조어에 담긴 청년세대 속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7초

소비 포기한 日 사토리세대 닮은 꼴…경제 활력 잃어가는 한국경제에 치명적

[청년들이 뿔났다]"호모인턴스 싫으면 노오오력하세요" 신조어에 담긴 청년세대 속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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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흙수저는 노오오력해봤자 흙수저일까?' 지난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20ㆍ30대로 보이는 젊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았다. '흙으로 노력하면 도자기 정도는 만들겠지만 금방 깨지겠지.' '지나가던 다이아몬드 수저가 툭 건드리면 와장창' '나는 빚이 10억이라 마이너스 수저거든.'

청춘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담은 신조어들을 보면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볼 수 있다.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는 언어학자 소쉬르의 말처럼, 이같은 신조어들은 청년실업과 장기불황으로 고단한 청춘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신조어들에는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들이 담겨 있을까?


◆흙수저ㆍ열정페이ㆍ노오오력까지 청년층 사회상 반영하는 신조어들

지난해 알바천국이 만 19세 이상 30세 미만 청년 989명을 대상으로 공감되는 신조어를 조사한 결과 '금수저, 흙수저'(44%)가 1위로 나타났다. 이어 2위는 '헬조선'(29.9%)이 차지했다. 헬조선은 한국이 지옥에 가까운 전혀 희망 없는 사회라는 뜻이다.


3위는 '열정페이'로 11.4%로 집계됐다.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며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4위는 'N포세대'로 8%의 지지를 얻었다. 연애ㆍ결혼ㆍ취업 세가지를 포기한 3포세대와 결혼ㆍ출산ㆍ인간관계ㆍ집ㆍ꿈ㆍ희망을 포기한 7포세대에서 파생된 말로 급기야 모든 것을 무한대로 포기하는 세대를 의미한다. 5위는 '노오오력'(3.1%)이었다. '노력'을 길게 발음한 노오오력은 노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가 없는 사회를 풍자한 말이다. 6위는 '타임푸어'(일에 쫓겨 자유시간이 없는 사람 또는 그런 현상, 2.2%), 7위는 '빨대족'(30대 이후의 자녀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경제적 도움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 1.5%)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인턴생활만 반복하는 취준생들을 의미하는 '호모인턴스', "인문계의 구십(90%)이 논다"는 말을 줄인 '인구론', '마이너스 수저'(가난하게 태어난데다 빚까지 많아 마이너스 상태라는 말)라는 신조어들도 청년층의 자조가 담긴 말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유행하고 있다.


[청년들이 뿔났다]"호모인턴스 싫으면 노오오력하세요" 신조어에 담긴 청년세대 속내 -


◆신조어의 양상들 보면 자조ㆍ힐난 녹아 있어…일본의 사토리세대로 가면?


문제는 이같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청년층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암담하다. 고액의 학자금 대출을 내 가며 대학을 졸업해도 '열정페이'를 해야 하고 기껏 직장을 구해도 '미생' 상태에서 '사축(가축처럼 회사에 길들여진 직장인)'처럼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졸업자 3명 중 1명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미상환자의 92.7%(7만7939명)는 연체상태가 아니라 미취업 등으로 인한 상환기준 소득에 미달해 상환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쏟아지는 신조어들의 특징은 그런 사회문제들을 '교정해달라'는 의미가 강하기보다는 힐난이나 자조, 조소의 의미가 더 강하다. 결국 구조개혁을 통해 청년층의 경제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기도 한데 이같은 분위기가 가속화되면 모든 정치적ㆍ경제적 요구를 포기하고 소비를 줄이는 일본의 '사토리세대'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되면 가뜩이나 내수경기가 침체돼 있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란 물욕이 적고 연애보다는 취미생활을 더 좋아하는 세대를 뜻한다. 꿈도 작고 풍요로운 삶은 전혀 경험해본적도 없어 '해탈한 세대', '달관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버블 붕괴 후 취업난과 장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도 부른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여러가지 조건 중에 무엇을 포기하느냐가 중요한 선택의 문제로 대두되는데 일본의 사토리세대는 연애와 결혼 등 큰 소비를 줄이고 취미생활에만 몰두하는 형태를 띠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일본 장기불황이 불러온 한 단면인데 소비에 부정적인 사토리 세대의 패턴이 한국의 젊은층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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