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전이었다. 주말 마트에서 장을 보던 집사람이 장바구니에 라면을 담았다. 아이들에게 인스턴트식품을 가급적 먹이지 않겠다며 인스턴트 라면을 사지 않던 사람이 웬일인가 싶었다.
"요즘 이 짬뽕 라면이 인기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당신까지 사다니 인기는 인기인가 보네. 언제 먹어본 거야?"
"먹어보지는 않았는데 이 기업은 시식 직원까지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래."
식료품을 살 때면 봉지 뒷면에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로 작게 쓰여진 원료와 첨가물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사람이 이 라면에 대해선 대충 훑어보고 담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짬뽕 라면이 최근 국내 최대 마트에서 판매량 1위 라면으로 올라섰다고 한다. 짬뽕 라면 열풍 덕에 이 회사 주가도 승승장구 했다.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어 황제주로 등극한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 어느새 140만원을 넘었다. 그런데도 증권가에서는 추가 상승할 것이라며 '매수' 추천이 잇따를 정도다.
이 회사 짬뽕 라면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서겠지만 시식 직원까지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덕분에 좋아하는 라면을 집에서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사실 식품 업체들은 대부분 시식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상장 식품 회사들은 상당수가 전원 정규직을 채용하고 있거나 계약직이 있더라도 그 비율은 매우 낮았다.
식품업체들이 시식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이들의 전문 역량이 제품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직원에게 제대로 투자하면 이익이 더 는다는 것을 식품업체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경쟁업체들도 정규직 채용이 일반적이라고 해서 이 기업의 착한 이미지가 훼손될 이유는 없다. 이 기업의 오너는 수백억 원대의 주식을 복지재단에 기부, 흔치 않은 미담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만 시식 직원이 정규직이라는 사실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씁쓸하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정상은 특별한 것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닌지….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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