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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크루즈선 10년째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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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능력 부족…빌트인은 경쟁력 있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1912년 4월, 거대한 크루즈선이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수차례 영화로 제작된 '타이타닉호'다. '선박산업의 꽃'이라는 크루즈선의 별칭답게 타이타닉호는 당대 최고 기술을 탑재해 절대 가라앉지 않는 배, 즉 '불침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부딪히는 비극적인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타이타닉호는 드라마틱한 항해만큼이나 역사적ㆍ산업적으로 우리 인류에 '크루즈 문화'를 깊이 각인시켰다.

한국 크루즈선 10년째 묶여있다 ▲인천항에 입항한 이탈리아 코스타크루즈사 소속 빅토리아호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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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크루즈 산업은 해양 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크루즈 산업의 하드웨어격인 크루즈선은 고난도 건조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한 척을 만들면 평균 7억 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 또 다른 고부가가치 선박인 드릴십이 5억 달러, 액화천연가스(LNG)선이 2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사들은 오래 전부터 크루즈선 사업 진출에 공을 들였다.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TX그룹은 2007년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제조사인 노르웨이의 '아커 야즈'를 인수했고, 삼성중공업은 2009년 국내 최초로 크루즈선을 수주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국내 크루즈선 사업은 개점 휴업 상태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크루즈선은 3년이 지나도록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다가 결국 무산됐다. STX그룹은 크루즈선 사업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전체 수주 규모로는 중국과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크루즈선 건조 만큼은 제대로 발도 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크루즈선 건조)가 맥을 못추리는 사이 국내 가전업체들은 크루즈선 내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탈리아ㆍ스위스 합작선사인 MSC 크루즈에 TV,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공급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TV 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 의료기기를 한데 묶어 납품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의 하드웨어가 정체된 것은 건조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크루즈선은 화물을 싣는 일반 선박과 달리 사람을 태우기 때문에 제작하기가 더 까다롭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선박 건조 뿐 아니라 호텔, 레저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일반 상선과는 설계부터 차이가 있다. 저소음, 저진동 등 고난도 설계기술, 최고급 호텔 인테리어 기술 등이 필요하다. 그만큼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외부환경을 따져볼 때 지금은 상황이 어렵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가야할 길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해양플랜트 부실을 추스리는데 급급한 상황이지만 기술 연구, 건조 경험만 열심히 쌓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크루즈선은 조선업에 남은 마지막 블루오션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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